- ▲ 청동시대
휴머니즘(人本主義)에 바탕을 둔 서양미술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간이었다. 인간은 늘 자신의 모습을 미술로 재창조하고자 하는 욕망을 느껴왔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완벽한 인간의 신체에서 신성(神性)을 찾았다. 중세에는 신체의 미보다는 정신적인 미를 추구했지만, 이상적인 인간형을 찾으려는 미술가의 추구는 르네상스 이후 다시 계속되었다. 적어도 19세기 조각가 로댕(1840~1917)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1877년 37세의 젊은 조각가 로댕은 파리의 전시회에 '청동시대'를 출품했다. 이 작품은 그때까지 보았던 조각과는 판연하게 달랐다. 한 손을 머리에 올리고 서 있는 평범한 얼굴의 이 청년상은 그리스 조각과 같은 이상화된 인체가 아니라 실제 사람과 같았기 때문이다. 표면의 생생한 촉감이나 광선에 녹아드는 듯한 음영의 대비 등 세심한 표현은 특정한 한 개인을 느끼게 한다. 이 조각은 평범한 인물이더라도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표현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로댕은 인체를 흙으로 빚고 청동으로 주조한 것이 아니라, 실제 모델에서 직접 본을 떴다는 혐의를 받았다. 로댕은 공식적으로 항의를 했고, 모델로 쓴 벨기에 출신 군인의 누드 사진을 제시했다. 작품과 사진이 분명히 다른 것을 본 조각가 협회는 이 혐의가 잘못된 것임을 밝혔다. 떠들썩했던 이 사건은 무명의 청년 조각가 로댕을 일약 유명인으로 만들었고 이후 그에게는 작품 주문이 밀려들었다.
'청동시대'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조각이 신화나 역사적인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로댕은 '청동시대'라는 제목을, 작품을 완성한 후에 붙였다. 그는 원래 이 작품은 한 청년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서서히 의식을 회복하는 모습은 인류의 시작을 상징하는 듯이 보인다. 다윈의 '진화론'이 큰 반향을 일으키던 당시 인간의 근원에 대한 관심이 이 조각에도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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