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는 대체로 백성을 보호하는 용감한 영웅의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기마상은 권위와 용맹함을 보여주는 이상적인 통치자의 이미지로 많이 제작되었다. 가장 유명한 예가 로마에 있는, 쓰러진 적을 밟고 있는 말 위에 침착하게 앉아 축복을 내리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상이다.
근대에 와서 정치적 이미지 확보에 미술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한 인물은 나폴레옹이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 다비드에게 '알프스를 넘어가는 나폴레옹'(1800~1801년)을 그리게 했다.
- ▲ 알프스를 넘어가는 나폴레옹.
그는 화가에게 얼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 이미지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사납게 날뛰는 말 위에서도 침착하게 한 손을 들어 위를 가리키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전진을 명령하는 것이지만 미래를 향한 제스처이기도 하다. 앞에 있는 돌에는 그의 이름 보나파르트와 함께 고대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과 중세의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자신을 이 영웅적인 인물들과 동일시하려는 의도이다. 사실 나폴레옹은 이러한 늠름한 모습으로 알프스를 넘어가지 않았다. 노새를 탔다는 것이 정설이다.
통치자를 영웅적인 모습으로 선전하려는 시도는 현대에 와서는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또 정치적 지도자들의 모습이 늘 텔레비전이나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들에 대한 경외감도 없어져 버렸다. 이들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친근한 이미지로 알려지기를 원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모든 대선 후보들이 어린애를 안고 찍은 사진을 선거 포스터에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통치자의 이미지는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시대가 요구했던 이상적인 통치자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