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21] 원근법

yellowday 2013. 1. 5. 06:51

길 양쪽에 늘어선 전봇대는 멀어질수록 점점 작아지고 마지막에는 한 점에서 만나게 된다는 선 원근법(또는 일점 원근법)을 우리 세대는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웠다. 원거리의 색채를 근거리의 색채보다 흐릿하게 그림으로써 거리감을 나타내는 방법도 있지만 대개 원근법이라면 선 원근법을 의미한다.

과학적인 원근법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건축가이자 조각가였던 브루넬레스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근법을 미술가의 기본 훈련으로 일반화한 사람은 인문주의자이며 과학자, 건축가, 시인이기도 했던 '만능인' 알베르티다. 알베르티는 그의 저서 '회화론'(1435년)에서 피렌체를 방문했을 때 본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에 대해 썼다.

산 로마노의 전투.
미술가가 한자리에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자연의 모습을 기하학적 체계로 정리해 인물, 건축과 풍경이 조화롭게 배열된 공간의 재현을 가능하게 한 원근법은 새로운 기술적 발명이었다. 원근법은 미술과 수학의 결합이었고, 시각의 과학을 대변하는 도구로 받아들여졌다. 또 미술가들은 더 이상 장인적인 기술을 배우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자연을 관찰하고 지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1430년대부터는 실험적 미술가들은 앞을 다투어 자신의 작품에 원근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우첼로(1397~1475)는 원근법에 '미친' 화가였다. 그는 잠을 자면서 "원근법은 정말 사랑스러워"라고 잠꼬대를 했는데 부인은 원근법을 우첼로의 애인 이름으로 오해했다고 한다. 그가 그린 '산 로마노의 전투'는 시에나와 피렌체의 전투를 그린 장면이다. 중앙의 백마를 탄 장군의 육각형 모자, 바닥에 떨어진 무기, 갑옷, 쓰러진 병사들은 모두 원근법에 맞춰 정확한 자리에 그려졌다. 결과적으로 이 그림은 장식적이면서 매혹적이지만 치열함보다는 모든 형태가 원근법 구조에 의해 통제되고 동결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우첼로가 왜 자신을 예술가보다는 수학자로 불러 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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