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18] 메디치와 록펠러

yellowday 2013. 1. 5. 06:48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술 수집가였다. 15세기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은행을 운영하면서 정치적인 세력을 키웠던 메디치 가문은 조반니 비치 메디치에서부터 그의 아들 코지모, 손자 피에로, 증손자 로렌조 대공(大公), 그리고 후일 교황 레오 10세가 된 로렌조의 아들 조반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술가를 후원했다.

특히 로렌조 대공이 어린 미켈란젤로의 재능을 높이 사 함께 식사를 하고 고대 미술품 컬렉션을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은 유명하다. 동기가 당시 고리대금업이었던 은행업에 대한 오명을 씻고자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것이었다고 하지만 이들의 후원은 피렌체를 문화와 예술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메디치 소장품은 오늘날 우피치 미술관의 주요 컬렉션으로 남아 있다.

우피치 미술관.
여러 대에 걸친 미술 후원으로 메디치에 비교될 만한 현대의 컬렉터는 록펠러 가문이다. 스탠더드 석유회사를 창업한 록펠러 1세 역시 악덕 자본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1913년에 록펠러 재단을 세우고 미술품 수집과 박애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록펠러 2세와 그 자녀들까지 삼대에 걸친 미술과 문화 후원이 미국 각 분야에 미친 영향은 대단한 것이었다.

록펠러 2세의 부인 애비는 안목이 탁월했던 여성이었다. 미국에 변변한 현대미술관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1929년 근대미술관(MoMA로 알려짐)을 창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애비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초대 관장이었던 미술사학자 앨프리드 바는 회화·조각뿐 아니라 디자인·사진·영화·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컬렉션을 시작함으로써 오늘날 굴지의 미술관으로 성장할 기초를 닦았다.

록펠러 3세들의 경우, 큰아들 존은 아시아미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1000만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수집품을 아시아 소사이어티에 기증했으며, 데이비드는 체이스맨해튼 은행을 이끌어가면서 기업의 예술 후원에 앞장섰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돈 많은 컬렉터 수준을 넘어서는 예술 후원자들이 많이 나와 그들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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