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나텔로가 젊었을 때 제작한 청동 '다윗'상.
수많은 미술가들이 역사 속에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특별한 미술가들이 있다. 이들은 만년에 시대를 초월하는 경지에 도달한 미술가들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모네, 클레가 이 명단에 들어간다. 또 한 명을 추가한다면 르네상스 초기에 활약했던 조각가 도나텔로다.
도나텔로(1386~1466)가 젊었을 때 제작한 청동 '다윗'상은 고대 이후 처음 등장한, 실제 사람 크기의 누드상이다. 균형 있는 신체의 비례나 자세에서 이 조각은 그리스 로마 조각의 부활을 알린다. 이 '다윗'상은 특이한 점이 있다. 우선 완전하게 성숙하지 않은 신체를 가진 소년 상이다. 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으면서 월계수가 장식된 양치기의 모자와 장화를 신고 있다. 그는 초연한 모습으로 발밑에 있는 머리가 잘린 골리앗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무엇보다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듯이 부드럽고 유연한 청동의 표면에서 온다. 마치 손에 만져질 듯이 감각적인 이 어린 소년의 조각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있었던 도나텔로의 성향 때문이라는 등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다. 어쩌면 이 장면은 골리앗을 물리친 어린 다윗이 자신의 생기와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발견한 모습일 수도, 또는 인간의 능력을 재발견한 르네상스인을 상징할 수도 있다.
그로부터 한참 후, 그의 나이 69세에 도나텔로는 '막달라 마리아'를 제작했다. 채색 목조상인 이 조각은 '다윗'을 제작했던 같은 조각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판연히 다르다. 신체의 찬미는 사라지고 누더기 같은 가죽을 걸친 막달라 마리아의 퀭한 눈과 움푹 파인 볼, 마른 팔다리는 노년의 신체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손과 눈은 인간의 고뇌를 아는 사람만의 영혼을 느끼게 한다. '다윗'이 르네상스 시대를 대변하는 작품이라면 '막달라 마리아'는 그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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