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32] 오리형 토기

yellowday 2011. 4. 3. 18:30

오랜만에 박물관에 가본 사람들은 원삼국실에서 아주 특이한 토기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저런 그릇이 있었던가 의아해하곤 한다. 목이 긴 항아리에 한 쌍 또는 서너 개의 쇠뿔 모양 손잡이를 붙인 이른바 '쇠뿔손잡이항아리'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멕시코나 잉카의 그릇처럼 생겼다. 이것을 한때는 '조합식우각형파수부호(組合式牛角形把手附壺)'라고 어렵게 부르기도 했는데 실제로 쇠뿔 모양 손잡이를 항아리에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손잡이의 기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항아리의 쇠뿔 같은 힘을 보여주기 위하여 쇠뿔을 위로 치켜세운 디자인적 과장이 들어 있다. 그래서 낯설어 보이는 것이다.

앞 시기인 청동기시대만 해도 제관(祭官·shaman)은 몸치장과 주술만으로도 위엄이 넘쳤다. 그러나 원삼국시대에 이르면 지배층은 제기 자체에서도 권위의 형식을 만들어 갔다. 그만큼 사회가 커지고 성숙한 것이다. 이런 원삼국시대 제기(祭器) 중에는 '오리형 토기'라는 아주 이색적인 그릇도 있다. 맵시 있는 오리 모양 그릇인데 높직한 굽이 있어 듬직한 느낌을 주며 등과 꼬리에 구멍이 있다. 이 토기는 제의(祭儀)에서 술 주전자 또는 퇴주 그릇으로 사용된 그릇이다.

토기의 몸체를 보면 분명 오리의 형상이지만 머리에 볏이 있어 한때는 닭 모양[鷄形] 토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경주 사라리 유적에서 오리의 물갈퀴가 표현된 것이 출토되어 오리형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리형 토기에서 아주 특이한 점은 오리의 눈을 사람의 귀처럼 옆으로 돌출시킨 것이다. 이런 추상적 변형으로 오리는 오리로되 신비로운 오리라는 느낌을 주면서 제의의 권위를 효과적으로 나타냈던 것이다.

때만 되면 날아왔다, 때만 되면 날아가는 청둥오리 같은 철새는 하늘나라의 메신저라는 생각에서 솟대 등으로 표현됐던 청동기시대의 전통이 원삼국시대에는 오리형 토기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토기는 1984년 영남대학교 바로 앞에 있는 압량동 고분에서 처음 출토된 이후 지금까지 김해, 창원, 울산 등 영남지방에서만 40여점이 발굴되었고, 출토지를 알 수 없는 것도 수십 점이 있다. 근래에 많이 발굴되어 이 오리형 토기는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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