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30] 울주 천전리 암각화

yellowday 2011. 4. 3. 18:28

1971년 울주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할 때 여기서 2km 떨어진 천전리 계곡 가에서 또 다른 암각화가 발견되어 국보 147호로 지정되었다. 높이 3m, 폭 10m의 비스듬히 기운 바위 면에 동물·인물·추상무늬·글씨 등이 다양하게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이 바위 앞에는 넓은 너럭바위가 있어 제의(祭儀)를 지내거나 쉼터로 안성맞춤인 때문인지 여러 시대 그림과 글씨가 섞여 나오고 있다.

여기 새겨져 있는 글씨들은 '천전리 서석(書石)'이라고 불리는 금석학의 중요한 유적으로 되었다. 그중 하나는 을사(乙巳·525년)로 시작하는 긴 글로 그 내용을 보면 신라 법흥왕의 동생이자 진흥왕의 아버지인 갈문왕(葛文王)이 예쁜 용모를 갖춘 여동생 어사추여랑(於史鄒女郞)을 벗 삼아 이 계곡에 놀러 왔는데 이 아름다운 계곡에 이름이 없다고 하여 글씨를 새겨놓고 서석곡(書石谷)이라 이름 짓는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이 골짜기는 서석골이라 불리고 있다.

또 하나는 영랑(永郞), 수품(水品) 등 문헌사에 보이는 신라 화랑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여기가 한때 화랑들의 심신 수양처였고, 그들이 다녀간 기념으로 이름을 새긴 일종의 낙서가 오히려 문화재로 된 셈이었다.

바위 윗면에 있는 암각화 그림은 반구대를 연상케 하는 동물 그림과 신비한 기하학적 추상무늬들로 섞여 있다. 동물 그림으로는 머리를 맞댄 암수 한 쌍의 사슴, 상어 비슷한 물고기 등이 있고, 인물도 여럿 새겨져 있는데 그중에는 가면을 쓴 듯 머리가 유난히 크고 성기가 긴 남자도 있다. 모두가 풍요를 비는 성(性) 신앙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겹으로 표현된 마름모꼴 도안을 비롯하여, 3중의 동심원 무늬, 4중의 나선형 무늬 같은 신비로운 추상 도안들은 분명 청동기시대에 신성함을 상징화시킨 그들만의 부호임에 틀림없지만 아직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살던 미국 서부에 이와 비슷한 암각화가 있는데 그곳 학자들은 '뉴스페이퍼 록(newspaper rock)'이라고 부르고 있다. 당시인들의 생활정보가 암각화 속에 들어 있다는 의미였다. '로제타의 돌'을 해석하여 그리스 역사를 복원해낸 그런 천재가 우리 미술사 연구에도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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