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7] 태안 해저유물

yellowday 2011. 4. 2. 23:52

태안 해저유물


태안(泰安) 앞바다에서 또 다량의 도자기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재작년 낚시에 걸린 주꾸미가 청자대접 하나를 붙잡고 올라오는 바람에 2만3000점의 고려청자를 인양했는데 이번에는 고려·조선은 물론 송나라·청나라 도자기까지 발견되어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안반도 만리포와 연포해수욕장 사이의 안흥항(安興港)은 삼남조운(三南漕運)의 중요 경유지인데 그 앞바다인 안흥량(梁·조류가 험한 바다에 붙이는 이름)은 예로부터 선박 침몰이 잦았다. 난행량(難行梁)이라고도 불린 이 안흥량은 진도 명량(鳴梁·울돌목), 강화도 손돌목, 황해도 인당수와 함께 4대 조난처로 손꼽히던 곳이다.

〈신증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충청 이남의 세곡(稅穀)을 서울로 운반하려면 안흥량을 경유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해난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고 특기할 정도였고, 〈조선왕조실록〉에 기초한 통계에 의하면 태조부터 세조까지 60년간 침몰한 배가 200척, 인명피해가 1200명, 손실 미곡이 1만6000석이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고려 인종12년(1134)에는 태안반도 길목을 가로지르는 7㎞의 대운하를 시도하였으나 암반에 막혀 중도에 포기했다. 이 굴포(堀浦)운하는 이후 고려 의종, 조선 태조 때 재시도했으나 역시 실패했고, 태종13년(1413)에 민력(民力) 5000명을 동원하여 마침내 성공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완성한 굴포운하로는 작은 배만 다닐 수 있을 뿐이어서 태종은 "공연히 인력만 낭비했다"고 후회했고 이내 폐허가 되어 지금도 1㎞의 자취가 남아 있다.

이렇게 안흥량에서 침몰한 세곡선·조운선(漕運船)·무역선(貿易船)의 물품 중 잘 변질되지 않는 도자기들이 오늘날 귀중한 문화재로 인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태안에서 근래에 갑자기 해저유물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 것은 안흥항 앞에 있는 신진도(新津島)에 새 항구를 건설하는 등 숱한 간척사업으로 조류가 뒤바뀌어 천리포 해수욕장의 고운 모래가 쓸려나가고 반대로 갯벌 양식장에 모래가 밀려오는 현상이 해저에서도 똑같이 일어나 벌흙들이 서서히 벗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자연발굴인 셈이니 이것이 전화위복이라는 것인가, 아니면 세월의 아이러니인가.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