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 국보순례

[4] 근정전 월대(月臺)의 석견(石犬)

yellowday 2011. 4. 2. 23:47

 

                            근정전 월대(月臺)의 석견(石犬)

 

명작(名作)이라고 불리는 예술작품의 공통점 중 하나는 디테일(detail)이 치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20세기 위대한 건축가의 한 명으로 손꼽히는 미즈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는 "신(神)은 디테일 속에 있다"고 갈파한 바 있다.

경복궁 건축은 과연 명작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섬세하고 다양한 디테일들이 곳곳에 있다. 그중 하나가 근정전 월대(月臺·궁전이나 누각 앞에 세워놓은 섬돌)의 돌짐승 조각이다. 상하 2단으로 되어 있는 근정전 월대에는 사방으로 돌계단이 나 있고 그 난간 기둥머리에는 모두 세 종류의 석상(石像)이 배치되어 있다. 하나는 사방을 지키는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의 사신상(四神像)이고, 또 하나는 방위(方位)와 시각을 상징하는 십이지(十二支)상이며, 나머지 하나는 서수(瑞獸)상이다.

이 돌조각들로 인하여 기하학적 선과 면으로 구성된 차가운 월대에 자못 생기가 감돌고, 사신상의 공간 관념과 십이지상의 시간 관념이 이 공간의 치세적(治世的) 의미를 강조해 준다.

그런데 월대 남쪽 아래위 모서리의 돌출된 멍엣돌(모서리의 돌판을 받치는 쐐기돌) 네 곳에는 또 다른 한 쌍의 짐승이 아주 재미있게 조각되어 있다. 암수 한 쌍이 분명한데 몸은 밀착해 있으면서 딴청을 부리듯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어미에게 바짝 매달려 있는 새끼까지 표현되어 있어 절로 웃음이 나오게 한다.

이 석상에 대하여는 아직 정확히 고증된 바 없지만 유득공(柳得恭)은 〈춘성유기(春城遊記)〉에서 '석견(石犬)'이라고 하며 전해지는 전설 하나를 소개하고 있다. "근정전 월대 모서리에는 암수 석견이 있는데 암컷은 새끼 한 마리를 안고 있다. 무학대사는 이 석견은 남쪽 왜구를 향해 짖고 있는 것이고, 개가 늙으면 대를 이어가라고 새끼를 표현해 넣은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유득공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럼에도 임진왜란의 화(禍)를 면치 못했으니 그렇다면 이 석견의 죄란 말이냐"며, "다만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 모름지기 믿을 것은 못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석견에 주목하는 것은 근정전이라는 엄숙한 공간에 이처럼 해학적인 조각상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경복궁 건축의 디테일은 치밀하고 여유롭다는 점 때문이다.      yellowday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