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제례(宗廟 祭禮)
종묘
"외국에서 온 손님이 우리나라 전통건축 하나를 보고 싶다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종종 듣는 이런 문의에 대해 나는 무조건 종묘(宗廟)를 보여주라고 권한다. 조선왕조 역대 제왕의 신위(神位)를 모신 종묘는 건축사가뿐만 아니라 현대 건축가들로부터 무한한 찬사를 받고 있다.
오직 기둥과 지붕이라는 최소한의 건축 요소만으로 구성되었을 뿐 어떤 건축적 치장이 가해진 바 없음에도 이와 같이 장엄하고 적막감마저 감도는 고요의 공간을 창출해낸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입 모아 말하고 있다.
서양미술사의 아버지인 빈켈만(Winkelmann)은 그리스 고전미술의 본질은 "고귀한 단순과 조용한 위대"에 있다고 설파한 바 있는데 이 정의는 우리의 종묘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굵고 듬직한 기둥들이 동어반복(同語反復)하듯 열 지어 뻗어 나가는데 묵직이 내려앉은 맞배지붕이 수직의 상승감을 지그시 눌러주며 절제와 경건의 감정을 자아낸다. 그 단순함이 보여주는 고귀함이 이 건축의 본질이다.
그리고 종묘 건물을 떠받쳐주고 있는 넓디넓은 월대(月臺)는 이 제의적(祭儀的) 공간에 긴장과 고요의 감정을 더해준다. 종묘의 월대는 눈높이가 여느 건축과는 달리 우리의 가슴 높이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공간적 위압감이 일어나 더욱 장엄하고 위대하다는 감정을 불러일으켜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만들어낸 신전(神殿)으로 서양에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면 동양엔 종묘가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건축가도 있다. 그것은 종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에서 보증받을 수 있다.
게다가 종묘에서는 해마다 종묘제례(祭禮)가 열리고 있다. 500명의 제관들이 행하는 의식에 보태평(保太平·문치[文治]를 찬양한 음악)과 정대업(定大業·무업[武業]을 기린 음악)이 연주되고, 64명이 열 지어 춤추는 팔일무(八佾舞)가 어우러지는 복합예술이다.
세계에는 많은 신전이 남아 있지만 그 제례가 600년 이상 이어온 예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우리나라의 첫 번째 세계무형유산으로 종묘제례를 등재시켰다. 올해도 5월 첫째 일요일(3일) 종묘에서는 저 장중하고 위대한 종묘제례가 열린다. 출처:유홍준의 국보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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