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나는 나의 배를 저어 나가야
나는 나의 배를 저어 나가야겠습니다.
아아, 기슭에서 고달픈 시간은 헛되이 흘러갑니다
나를 위하여
봄은 꽃을 피게하고 또 사라져 갑니다
지금 나는 빛바랜 꽃을 등에 메교
다시 기다리며 방황하고 있습니다.
물결이 소리 높이 일고
뚝 위 그늘진 오솔길에는
마른 나뭇잎이 팔랑이며 떨어집니다.
어느 허공을 그대는 바라보고 있는가
저편 기숡에서 아득한 노래 흘러와
바람속을 지나가는 전율을 그대는 아는가?
22. 장마비 내리는
장마비 내리는 7월의 깊은 그늘 속을
님께선 비밀스런 발걸음으로
사람들을 피하여 어둔 밤처럼
살며시 걷고 계십니다.
바바람 높이 소리쳐도 못 들은 채
오늘, 아침은 눈을 감고
항시 깨어 있는 푸른 하늘 위에는
두터운 베일이 덮여 있습니다.
숲 언저리엔 노랫 소리도 들리지 않고
모든 집들의 문은 닫혔습니다.
님은 인적 없는 한길에 홀로 가는 나그네입니다.
오, 나의 가장 사랑하는 분
나의 단 한분이신 친구시여
내집의 문은 열려 있아오니
꿈처럼 그냥 지나치지는 마시옵소서
23. 나의 친구시여
나의 친구시여 날은 저물어 새소리 멈추고
권태로운 밤에는
님은 오시어 내 곁에 앉아 계셨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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