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예능 정치'

yellowday 2012. 7. 24. 21:02

 

입력 : 2012.07.23 23:06

2007년 오프라 윈프리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깼다. 윈프리는 정치 신인에 가깝던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오바마는 단숨에 전국 스타로 떠올랐다. 윈프리는 유명 토크쇼 진행자이자 '영향력 1위 여성'이었다. 오바마는 사실상 윈프리 덕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윈프리 파워'는 그해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100만표를 보탠 것으로 평가됐다. '오프라바마(오프라+오바마)'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윈프리는 지난해 마지막 토크쇼에 오바마 부부를 초대했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네 사람이 각기 출연한 기록을 갖고 있다. 1996년 겨울 진행자 이경규는 약속도 없이 경기도 일산에 있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집을 찾아갔다. 막무가내 인터뷰였다. 김 총재는 인터뷰에서 이경규 못지않게 사람들을 웃겨 '과격'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봤다. 김 총재는 이듬해 대선 후보 때 '이경규에서 스필버그까지'라는 책도 썼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자 이경규 팀은 맨 먼저 꽃다발을 들고 갔다.

▶어젯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SBS 예능 프로 '힐링캠프'에 출연하기까지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지난 1월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 예비 후보가 이 프로에 나간 뒤 지지도가 오르자 다른 후보도 출연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방송사 측은 "이제 정치인은 출연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했고, 출연을 거절당한 후보들은 "그럼 안 원장은 뭐냐"며 형평성을 따졌다.

▶'예능 프로'라는 방송 용어는 일본에서 왔다. '가벼운 잡담과 말장난을 섞은 오락 프로'를 뜻한다. 토크쇼 형태의 예능 프로는 1989년 KBS '자니윤 쇼'를 원조로 친다. 90년대엔 주병진 토크쇼, 서세원 '토크박스'가 맥을 이었다. 노래·대담·시사풍자를 섞어 대박을 터뜨린 예능 프로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다. MBC '무릎팍 도사'는 가요 쇼와 드라마가 대세였던 예능 프로에서 토크쇼의 힘을 새롭게 떨쳤다. 안 원장도 2009년 이 프로에 출연하면서 대중과 가까워졌다.

▶요즘 방송가에선 우스개 삼아 재미없는 프로는 '다큐', 재미있는 프로는 '예능'이라고 부른다. 박근혜 후보는 예능 프로에서 그룹 거북이의 노래 '빙고'를 불렀다. 문재인 후보는 벽돌 격파 시범까지 보였다. 정치인들은 평소 별 관심이 없다가도 선거철만 되면 예능 프로를 찾는다. 이미지와 감성에 호소하는 '예능 정치'는 젊은 대중과 소통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예능 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뉴미디어 시대에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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