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마르크스 르네상스

yellowday 2012. 7. 19. 07:39

입력 : 2012.07.18 23:03

"여러분은 '마르크스가 죽었다'고 떠드는 저 얼간이들에게 속지 않았군요." 미국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1999년 희극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를 발표했다. 사회주의 몰락 10년 뒤 환생한 마르크스가 객석을 향해 떠드는 1인극이다.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총살하는 것, 그것이 어찌 내가 평생을 바친 공산주의일 수 있습니까." 마르크스는 공산 독재를 비판한 뒤 자본주의도 공격한다. "여러분은 가난한데 고용주는 갈수록 더 부자가 되지 않습니까."

▶무대에 선 마르크스는 "파리 코뮌이 진짜 민주주의였다"고 외친다. 1871년 민중이 봉기해 세운 파리 코뮌처럼 국가 권력과 사유재산이 사라진 사회를 되살리자는 주장이다. "사람들에게 공기와 맑은 물, 적은 노동시간과 더 많은 여가 시간을 줍시다. 인간은 누구나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그날이 올 때까지 마르크스는 죽지 않는다는 게 이 연극의 메시지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지금 유럽에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고 했다. 마르크스의 유령은 서구에서 1930년대 대공황과 60년대 68혁명 때 살아났다가 이내 사라지곤 했다. 90년대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마르크스의 관 뚜껑은 더 이상 열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자 마르크스가 되살아났다. 유럽에선 '자본론' 판매가 늘었고 마르크스를 재조명한 책이 쏟아졌다. 동독 출신 독일인 43%는 사회주의로 회귀하고 싶다고 답했다.

▶유럽 경제가 악화되자 '마르크스 르네상스'는 더 확산됐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사회주의노동당 행사 '마르크스주의 2012'에 젊은이들이 몰렸다. 자본주의의 탐욕에 성난 청년들이 마르크스를 열심히 읽는다고 한다. 1990년대처럼 "우리 모두 중산층"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계급투쟁에 눈을 떴다는 분석이다.

▶우리 서점에도 지난 1년 사이 마르크스에 관한 책 36권이 나왔다. 엄숙하고 딱딱했던 80년대 이념 서적과 달리 제목부터 부드럽게 다는 책이 많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처럼 코믹하거나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며 청춘을 위로하면서 마르크스 사상을 대화체로 가르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꿈을 잃은 청년일수록 마르크스가 꿈꾼 사회를 동경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에서 천국을 만들려던 사회주의 100년의 역사는 결국 지상에 지옥을 건설하는 걸로 끝나고 말았다. 마르크스의 주장에는 '맞는 예언'과 '맞지 않는 예언'이 섞여 있다. 지난 1세기를 뒤흔들고 사라진 마르크스 예언은 '옳은 예언'이 아니라 '틀린 예언'이었음을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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