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17 22:27
엊그제 아르헨티나에서 끝난 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학생들은 여섯 문제를 놓고 겨뤘다. 그중 3번 문항은 이렇게 시작한다. 'A와 B가 거짓말쟁이 게임을 한다. 게임이 시작될 때 A는 먼저 양의 정수 x와 n을 선택한 뒤 B에게 x는 감추고 n은 무엇인지 정직하게 알려준다.… n이 2의 k제곱보다 크거나 같으면 B의 필승 전략이 존재함을 증명하라'. 보통 사람이 봐선 문제의 뜻조차 알 수 없다.
▶IMO는 해마다 열아홉 살 이하 청소년이 겨루는 수학경시대회다. 100여개국에서 많게는 6명씩 참가한다. 첫날 세 문제, 둘째 날 세 문제를 각각 4시간 30분 안에 풀어야 한다. 한 문제에 7점씩 42점 만점이다. 상위 8%에게 금메달, 17%에게 은메달, 25%에게 동메달을 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6명 모두 금메달을 따 합계 209점으로 종합 1위를 했다. 역대 최강 중국은 2위, 미국이 3위를 했다.
▶IMO 문제 중에서도 난도(難度)가 가장 높은 3번과 6번을 풀려면 '수학 괴물' 소리를 들을 정도가 돼야 한다. 1988년 대회 때 6번 문제는 수학자 6명과 출제자 2명이 달라붙어 답을 구하는 데 6시간이 걸렸다. 이 문제를 지금은 시카고대 교수가 된 베트남 학생 응오바우쩌우가 새로 고안해낸 해법으로 풀어 학계가 놀랐었다. 서울과학고 1학년 김동률군이 만점에 가까운 40점으로 개인 2위에 오른 것이 그래서 놀랍고 대견하다.
▶열세 살에 금메달을 따 IMO 최연소 기록을 세운 호주의 테렌스 타오는 지능지수 221이었다. 스무 살에 프린스턴대에서 박사를 받고 이듬해 UCLA 교수로 발탁됐다. 타오는 두 살 때 다섯 살 친척에게 수학을 가르치려 들었다니 수학 재능은 유달리 일찍 나타나는가 보다. 아르키메데스, 뉴턴과 더불어 3대 수학자로 꼽히는 가우스는 걷기도 전에 셈을 했다고 한다. 김동률군도 다섯 살 때 "피자 두 판을 일곱 명이 먹으려면 7분의 2판씩 나누면 된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한다.
▶IMO 영재들이 다음 목표로 삼는 것이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가 주는 '수학의 노벨상' 필즈상이다. 2010년 수상자 4명 중 3명이 IMO 메달리스트였다. 지난 30여년 수상자 32명 중에도 11명이 IMO 출신이다. 필즈상 수상은 한 나라의 수학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 오랜 난제(難題)를 풀거나 새 이론을 낸 마흔 이하 학자에게 준다. 그래서 업적이 쌓여야 하는 노벨상보다 우리가 도전하기 좋은 분야다. 우리 올림피아드 영재들이 쑥쑥 자라 필즈 메달까지 목에 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