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24 23:05
프랑스 파리 도심을 흐르는 센강변에 올해도 길이 800m짜리 인공 해변 두 곳이 들어섰다. 파리 시청이 7월 20일부터 한 달 동안 운영하는 '파리 플라주(파리 해변)'다. 3000t 넘는 모래와 자갈을 깔아 센강 둔치를 '비치'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황금의 바캉스 시즌에도 바다로 떠나지 못한 시민이 여름을 난다. 가족 손잡고 나와 강바람 쐬고 일광욕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파리 플라주는 누구든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여느 프랑스 해변과 다른 점은 토플리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사람들은 3월 말~4월 초 부활절 휴가에 무더기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고 한다. 부활절 주말 4월 6일 런던 역사박물관에 인파가 몰려 45분이나 줄을 서야 했다. 불황 탓에 사람들이 도심 휴가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너무 많아 박물관을 놀이터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BBC는 전했다. 캔터베리를 비롯한 런던 근교 소도시 거리들도 어린 아이 손잡고 유모차 끌고 나온 부모들로 휴가 기간 내내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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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세계적으로 휴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스테이케이션' '몰캉스' 같은 신조어(新造語)들이다.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은 'stay(머물다)'와 '휴가(vacation)'를 합친 말이다. 돈 싸들고 붐비는 휴가지 가는 대신 집이나 집 근처에서 여유롭게 보낸다는 뜻이다. 쇼핑센터(mall)와 바캉스(vacance)를 합친 '몰캉스(mallcance)'는 시원하고 쾌적한 쇼핑몰에서 휴가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휴가는 없다'는 뜻의 '노캉스(nocance)'라는 말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종업원 100명 이상 452개 기업을 조사했더니 올해 휴가비를 주는 기업이 72.8%로 작년보다 1.8% 줄었다고 한다. 평균 휴가비도 43만3000원으로 작년보다 1만2000원 감소했다. 가뜩이나 집값 하락에 은행 이자 댈 걱정으로 골머리 아픈 월급쟁이 가장(家長)들에게 휴가는 또 하나의 무거운 숙제다.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1500명 중 32%가 집 근처 공원이나 캠핑장, 둘레길, 자전거길, 공연장으로 '도심 휴가'를 가겠다고 답했다.
▶다산 정약용은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여덟 가지를 들었다. '달밤에 발 씻기' '숲 속에서 매미 우는 소리 듣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같은 것들이다. 돌아보면 서민 삶이 언제 팍팍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큰돈 안 들이고도 운치 있게 휴식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 가을을 맞을 지혜를 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