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11 22:10
빈센트 반 고흐가 인생의 마지막을 보낸 오베르는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5㎞쯤 떨어진 곳에 있다. 그가 권총 자살을 한 지 120년이 지났지만 이 마을에는 지금도 고흐의 그림 속 풍경이 많이 남아 있다. 고흐의 후원자였던 가셰 박사 집과 정원, 고흐가 산책하던 골목길과 계단, 까마귀 나는 밀밭…. 고흐가 그렸던 오베르성당은 첨탑과 시계, 창틀의 생김새까지 옛 모습 그대로다.
▶고흐는 생전에 단돈 5프랑이 아쉬워 작품을 팔려고 했지만 오베르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고흐가 죽은 뒤 그의 그림 속 풍경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베르는 고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고흐가 그리기 전까지 오베르 밀밭은 프랑스에 흔한 풍경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흐의 붓끝이 닿으면서 그 밀밭은 사람들 마음에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됐고 가보고 싶은 곳이 됐다.
▶고흐는 생전에 단돈 5프랑이 아쉬워 작품을 팔려고 했지만 오베르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고흐가 죽은 뒤 그의 그림 속 풍경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베르는 고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고흐가 그리기 전까지 오베르 밀밭은 프랑스에 흔한 풍경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흐의 붓끝이 닿으면서 그 밀밭은 사람들 마음에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됐고 가보고 싶은 곳이 됐다.
▶서울시가 조선시대 진경산수 대가(大家) 겸재 정선의 그림에 나오는 인왕산 수성동(水聲洞) 계곡을 그림 속 풍경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인왕산 기슭에서 태어나 인왕산 기슭에서 84년을 살다 죽은 겸재는 인왕산 이곳저곳을 담은 작품을 수십 점 남겼다. 수성동은 인왕산 골짜기 중에서도 특히 물소리가 우렁찬 곳이었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도 '이 소리 세상에 들려 저 속된 것들 야단쳤으면'이라는 시구를 남겼다. 그러나 1971년 이 일대를 깔아뭉개고 300여가구가 사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걸작 '인왕제색도'에 나오는 인왕산의 산세는 다행히 지금도 의연하다. 그러나 겸재의 다른 그림에 나오는 인왕산 풍광은 자취도 없다. 잘 있던 풍경을 우리처럼 필요에 따라 쉽게 부수고 쉽게 복원하는 나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수성동을 복원했다 한들 겸재 그림 속 풍경과 같을 수야 있을까. 다만 이번 복원이 그간 변화를 당연시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고 예(藝)의 가치도 한번쯤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