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13 23:07
깨우지 않아도 일어난다. 이불을 펴고 갠다. 라면·달걀프라이 말고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 TV 안 보고도 혼자 집에서 잘 논다. 밥 짓기, 설거지, 청소기·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고 개기, 화분에 물 주기, 단추 달기, 구두 닦기, 목욕물 받기, 혼자 장보기를 할 줄 안다. 쓰레기 분리수거 날, 속옷·양말 있는 곳, 중요한 서류 둔 곳, 동네 세탁소, 화장지 싸게 파는 곳, 쌀·채소 값을 안다…. 일본에 나도는 '젖은 낙엽' 자가진단 설문이다.
▶'젖은 낙엽'은 은퇴한 뒤 집에 틀어박혀 아내만 쳐다보는 남편을 가리킨다. 구두 뒷굽에 찰싹 달라붙은 낙엽처럼 아내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는 얘기다. 그 신세 면하려면 스무 개 문항에서 '그렇다'는 답이 열일곱 개는 돼야 한다. 열 개가 안 되면 '젖은 낙엽족(族)'이 될 팔자다. 한국 중년남자 중엔 열 개 넘길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평생 '회사형(型) 인간'으로 살며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러다 은퇴하면 백수 티 안 내려고 집에만 붙어 있게 마련이다.
▶'젖은 낙엽'은 은퇴한 뒤 집에 틀어박혀 아내만 쳐다보는 남편을 가리킨다. 구두 뒷굽에 찰싹 달라붙은 낙엽처럼 아내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는 얘기다. 그 신세 면하려면 스무 개 문항에서 '그렇다'는 답이 열일곱 개는 돼야 한다. 열 개가 안 되면 '젖은 낙엽족(族)'이 될 팔자다. 한국 중년남자 중엔 열 개 넘길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평생 '회사형(型) 인간'으로 살며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러다 은퇴하면 백수 티 안 내려고 집에만 붙어 있게 마련이다.
▶엊그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50~70대 남녀 은퇴자의 여가 활용 조사결과를 냈다. 아내들은 하루 네 시간 안팎을 가사(家事)에 쏟는 반면, 남편들은 한 시간쯤만 들였다. 남자가 하루에 TV 보는 시간은 50대 4시간에서 70대 4시간30분으로 갈수록 늘었다. 여자의 2시간45분~3시간35분보다 훨씬 길다. '삼식이 시리즈' 'TV 보는 남자' 얘기와 딱 들어맞는다.
▶잠 자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면 하루 11시간쯤 남는다. 은퇴 후 삶을 20년만 쳐도 8만 시간이 앞에 놓여 있다. 한 해 평균 근로시간이 2261시간이니 현역시절 36년 인생과 맞먹는다. 취미도, 돈도 없어서 소일거리가 마땅찮다는 건 핑계다. 2000년 전 로마의 키케로는 늙어 할 수 있는 지적(知的) 활동이 무궁무진하다며 봉사, 글쓰기, 외국어 배우기, 철학 공부를 꼽았다. 봉사활동이 수명을 4년 늘려준다는 연구도 있다. 은퇴 후 바다 같은 시간을 때울 것인가, 누릴 것인가. 선택은 순전히 자신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