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亭子

교황청과 미국 수녀들 간의 잇단 갈등 이유는..

yellowday 2012. 6. 5. 19:55

입력 : 2012.06.05 12:08

미국 수녀와 바티칸 교황청이 또 한 번 부딪쳤다.

교황청은 4일 미국 예일신학대학원 명예교수인 마거릿 팔리 수녀의 책 ‘오직 사랑 : 기독교적 성윤리의 틀’에 대해 “자연의 도덕률의 합목적적 본성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담고 있으며 신앙에 심각한 해악을 미친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교황청의 신앙 감시기구인 신앙교리성(CDF)은 2006년 출판된 이 책이 인간의 성(性)에 대한 교의를 묵살했으며, 자연의 질서에 어긋난 자위행위, 동성애를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책에서 팔리 수녀는 “여성의 자위행위는 도덕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했고, 동성애에 대해서도 “동성애자들의 행동은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교황청의 비난에 팔리 수녀는 “가톨릭 교의를 반영하기 위해 책을 쓴 게 아니라 다양한 종교적 전통과 신학적 원천, 인간 경험 등을 통해 성을 조명해보고자 책을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앙교리성이 팔리 수녀의 책에 문제제기를 한 것은 최근 교황청과 미국 수녀단체 간의 갈등과 맥을 같이한다.

앞서 4월 교황청은 “미국 수녀 단체 여성종교리더십콘퍼런스(LCWR)가 낙태와 같은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교리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있다”며 “가톨릭 신앙과 양립할 수 없는 급진적 여권신장만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청은 또 미국 시애틀교구에 LCWR을 전면 점검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LCWR은 지난 4일 성명을 발표해 “이번 보고서는 교계 사회 전체에 걸쳐 파문을 일으켰고 고통을 불러왔다”고 반박했다. LCWR 소속 수녀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데, 교황청은 LCWR이 급진적인 의견만 내며 신앙활동을 도외시하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LCWR는 “교황청의 평가는 근거가 없다. 우리를 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12일 교황청의 신앙교리성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해 시비를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

팔리 수녀 책 사건으로 양측 간 신경전은 한층 더 심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