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30 22:54
김주영은 역사소설 '객주'에서 '꽃값'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그만하면 꽃값으로선 쏠쏠합니다"라거나 "꽃값 시비로 욕지거리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꽃값은 조선시대 창기(娼妓)가 사내들에게 곁을 주고받는 돈, 화대(花代)를 뜻했다. 우리말 표준어에 '해웃값'도 있다. 근심을 푼다는 '해우(解憂)'에서 나왔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해의(解衣·옷 벗기)'와 '값'에 사이시옷이 들어갔다는 주장도 있다. '해웃값'은 천주교 한글 성경에도 "창녀들의 해웃값으로 그것들을 모았으니…"(미카 1장 7절)를 비롯해 여러 차례 나온다. 개신교 성경은 '음행(淫行)의 값'으로 쓴다.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쓴 '수퍼 괴짜경제학'은 해웃값도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1910년대 초 시카고에선 고급 매춘 업소가 번창했다. 성매매 여성 연봉이 지금 화폐 가치로 따져 2만5000~7만6000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시카고 거리의 여자들은 일주일 평균 13시간 일하고 주당 평균 수입이 350달러에 그친다. 남자들이 굳이 뒷골목을 찾지 않아도 하룻밤 파트너를 쉽게 구하는 성 해방 풍조 속에 해웃값이 떨어진 탓이다.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이 남미 콜롬비아를 방문하기 앞서 수행 경호원들이 호텔에서 떼로 성매매를 했다가 들통 났다. 몇몇 경호원이 성매매 여성에게 40~60달러씩 하는 해웃값을 주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돈을 못 받은 여성이 경호원들과 말다툼을 벌이자 호텔 측이 미국 대사관에 신고해 소동이 커졌다고 한다.
▶국제적 중국 스타 장쯔이(章子怡)가 하룻밤 해웃값으로 18억원씩을 받았다는 스캔들에 휘말렸다. 미국에 서버를 둔 반중(反中) 인터넷 매체는 그녀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에게 5년간 10차례 넘게 성접대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녀는 보시라이의 '돈줄'이라는 쉬밍(徐明) 다롄스더그룹 회장에게서도 하룻밤에 11억원씩 받았다고 한다. 장쯔이는 펄쩍 뛰었다.
▶보시라이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는 재산 해외 도피를 도운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둘 사이가 내연관계였다는 얘기도 있다. 보시라이를 제거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권력투쟁극이 탐욕과 살인, 불륜에 이어 특급 여배우가 등장하는 섹스신까지 펼쳐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춘 '현실 드라마'다. 하룻밤에 18억원이라니, 어쩌다 이 무대에 선 장쯔이의 진실이 궁금하다. 사실이라면 터무니없는 해웃값에 입이 벌어지고, 거짓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중국식 허풍에 나자빠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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