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하늘나라 우체통'

yellowday 2012. 6. 4. 20:37

 

입력 : 2012.06.03 22:19

 

그 많던 우체통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전자우편이 종이편지를 대신하면서 우체통이 하나 둘 사라졌다. 

 2004년 전국에 3만3500개가 있던 빨간 우체통이 이제 2만3000개까지 줄어들었다.

 우체통이 삼키는 우편물도 적어졌다. 시인 손택수는 "어쩌다 편지라도 한 통 넣어주면 매번 툭, 하고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다.

 "그 소리가 내겐 왜 내 가슴이 텅 비어 울리는 소리, 심장이 텅텅 빈 채 무엇인가 공허하게 사라지는 소리로 들려오는 것일까."

▶멸종 위기에 처한 우체통이 새롭게 살아나는 곳도 있다.

6·25 때 피란민 판자촌이 들어섰던 부산 중앙동 40계단에 '하늘로 보내는 편지' 우체통이 있다. 세상을 뜬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고향을 그리는 실향민 편지를 주로 받는다. 누구에게 배달하는 편지가 아니라 자기 마음에 쓰는 편지다.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울산 간절곶에도 키가 5m나 되는 빨간색 '소망 우체통'이 서 있다.

울산시는 우체통 안에 '소망엽서'와 우편엽서 두 가지를 놓아뒀다.

▶우편엽서는 울산시가 미리 요금을 치렀기 때문에 전국 어디든 공짜로 배달해준다.

수취인이 없는 소망엽서엔 부모·가족에 대한 그리움, 부부·연인 사이 속마음을 써넣는다.

그중에 애틋한 사연을 골라 방송으로 소개한다. 새해 해맞이 때는 하루 7000통이 쌓인다고 한다. 지난 주말 대전 현충원에도

'하늘나라 우체통'이 들어섰다. 폭 3.3m, 높이 3.6m짜리 빨간 우체통에 유족과 참배객이 편지를 써넣게 했다.

▶유족들은 그동안 앞서 보낸 가족을 그리워하는 편지를 써서 현충원 묘비 앞에 바치곤 했다.  

 현충원 사람들이 빗물에 젖거나 바람에 날려갈까봐 거둬 보관해온 편지가 1000통을 넘는다.

 대전 현충원으로 편지를 써 보내는 유족도 있다. "당신이 떠난 지 어언 20여년, 먼 훗날 당신 곁에 가거든 늙었다고 몰라보지 마세요.

 " 편지에는 애틋한 사부곡(思夫曲)부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울먹임, 꿈에서라도 동생을 보고 싶어하는 누나의 안타까움이 담겼다.

▶'하늘나라 우체통'은 대전 현충원이 유족들의 편지를 안타깝게 지켜보다 만들었다.

 우체통에는 하늘빛 날개를 달았다. 접속할 수 없는 하늘나라, 그곳으로 가는 편지들의 날갯짓을 그렸다.

 우체통 개통식에선 작년에 용인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 급류에 휘말려 순직한 차선우 집배원에게 누나가 보내는 글이 담겼다.

 "꿈에라도 나와주지, 어떻게 나타나질 않니. 우리 가족 다 만날 때까지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거라.

 " 사람이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에 우체통도 그리움을 먹고 산다.   朝日 萬物相                   

                                            야후..........yellow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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