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대학 랭킹

yellowday 2012. 5. 30. 07:08

입력 : 2012.05.29 22:38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매키나대 입학담당관이 올해 초 물러났다. 2005년부터 입학생들의 수학능력시험(SAT) 점수를 부풀려 발표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뉴저지주에서도 지난 한두 달 새 4~5개 대학이 입학생 성적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대학들이 성적 뻥튀기를 하는 것은 시사 주간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매년 9월 발표하는 대학 순위 평가에서 좋은 등수를 받기 위해서다.

▶유에스뉴스가 1983년 '미국 대학 랭킹'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향이 그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진학 정보에 목말라하던 학부모와 학생들은 유에스뉴스 평가를 한여름 샘물처럼 반겼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등수 매기기를 좋아하는 미국 사회의 '빌보드 차트 현상'도 한몫했다. 유에스뉴스는 대학 랭킹 발표로 판매 부수가 두 배 넘게 뛰어오르자, 격년으로 매기던 순위를 88년 연례행사로 바꿨다.

▶유에스뉴스가 재미를 보자 2000년대 들어 워싱턴먼슬리, 뉴스위크, 포브스 같은 주간·월간이 대학 평가에 가세했다. 영국에서도 더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선데이타임스가 뛰어들었다. 더타임스는 2004년부터 평가 전문 기관 QS와 함께 세계 대학 랭킹을 발표하면서 새 강자(强者)로 등장했다. 더타임스와 QS는 2010년 결별하고 각자 독자적인 랭킹을 내놓고 있다. QS는 유에스뉴스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조선일보와 함께 아시아 대학 랭킹 발표를 하고 있다.
▶대학 순위 평가는 기준이 제각각이고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따른다. 유에스뉴스는 1999년 하버드·스탠퍼드를 제치고 98년 9위였던 칼텍을 1위에 올렸다. '학생 1인당 교육비' 항목에 높은 가중치를 주면서 학생 900명에 불과한 칼텍이 덕을 본 것이다. 논란이 일자 유에스뉴스는 이듬해 가중치를 조정해 칼텍을 4위로 밀어냈다. 작년 6월 유럽 47개국 850개 대학 총장 모임(EUA)은 대학 순위 평가의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순위 평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대학도 있다.

▶어제 발표된 QS-조선일보의 올해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이 톱10에 들었다. 작년까지는 서울대 한 곳뿐이었다. 서울대(4위)가 처음으로 도쿄대(8위)를 제치기도 했다. 학문 고유 영역이 아니라 외국인 교수나 유학생 비율 같은 국제화 점수가 높아 얻은 성적이긴 해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대학 순위 평가에 부작용이 없지 않지만 대학을 안이함에서 일깨우는 순기능이 더 크다. 등수 한두 단계에 웃고 울기보다 대학마다 강점과 약점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면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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