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28 22:49
십여년 전 길상사 법정 스님이 성모상(聖母像)을 많이 만들어 온 조각가 최종태에게 관세음보살상을 부탁했다. 최 작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그가 만든 조각은 오똑한 콧날, 주빗하게 오므린 입술선, 어깨살 없이 날렵하게 빠져 내린 모습으로 영락없이 마리아상을 닮았다. 하지만 얼굴 전체에 봉긋이 떠오른 미소는 보살이 아니면 누구도 흉내 못 낼 온화함이 넘쳐 흐른다. 법정은 돌로 깎은 보살상을 서울 성북동 길상사 경내에 모셨다. 신도들은 법정과 최종태의 결탁으로 어떤 벽 하나가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천사 가브리엘이 예수 탄생을 알리려고 마리아의 집에 들어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라고 했다. 뒷날 이탈리아 작곡가 줄리오 카치니가 곡을 붙였다.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일요일 정율(廷律) 스님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불렀다. 노래 경력 25년인 정율은 불교계를 대표하는 비구니 성악가다. 미사에 참석했다가 뜻밖에 비구니의 아베마리아를 들은 가톨릭 신자 1000여명이 성당이 떠나가라고 박수를 쳤다.
▶천사 가브리엘이 예수 탄생을 알리려고 마리아의 집에 들어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라고 했다. 뒷날 이탈리아 작곡가 줄리오 카치니가 곡을 붙였다.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일요일 정율(廷律) 스님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불렀다. 노래 경력 25년인 정율은 불교계를 대표하는 비구니 성악가다. 미사에 참석했다가 뜻밖에 비구니의 아베마리아를 들은 가톨릭 신자 1000여명이 성당이 떠나가라고 박수를 쳤다.
▶세 사람이 웃는다는 뜻을 가진 '삼소(三笑)음악회'는 천주교·불교·원불교 여성 수도자들의 음악모임이다. 정율 스님은 이 모임을 통해 종교 간 장벽을 허무는 일에 앞장서왔다. 그동안 사찰·성당·음악당 공연이 1000회가 넘는다. 이날 정율은 자신이 가사를 쓴 찬불가 '향심(向心)'도 불렀다. '마음에 먹물 들이고~ 모든 것 바치렵니다~'. 정율은 "다른 사람의 부모도 내 부모처럼 소중하다는 마음으로 다른 종교를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노래를 마친 정율 스님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앞서 정 추기경은 조계종 총무원에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퍼지길" 기원했고,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함께 협력하자"고 했다. 로마 교황청도 세계 각지 불교 공동체에 축하 인사를 발표했다. 교황청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종교도 배우면서 다른 이들의 신앙과 종교적 관습을 존중하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쁘다 부처님 오셨네.' 성당에 걸린 현수막 덕분에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종교가 모범을 보이면 개인과 가정은 물론 사회와 국가까지 편안해진다. 인류 역사에는 이념의 이름으로 흘린 피보다 종교의 이름으로 뿌린 피가 더 많다. 종교끼리 벽을 쌓고 반목하다 발발한 인류 사회의 '성전(聖戰)'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다. '다른 사람 부모도 내 부모처럼.' 이 한마디에 모든 게 다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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