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도쿄 스카이트리 타워

yellowday 2012. 5. 23. 06:53

입력 : 2012.05.22 23:01

'하늘나무'가 한껏 머리를 들었다. 지금부터 온 세상을 발밑에 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탑이다. 도쿄 스미다(墨田)구에 있는 '스카이트리 타워'가 착공 4년 만인 어제 문을 열었다. 높이가 634m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끝이 까마득하다. 63빌딩 2.5배, 에펠탑보다 2배 높다. 내년부터 NHK를 비롯한 여섯 방송사의 디지털방송 전파를 쏜다. 1958년 세운 '도쿄타워'(332.6m)는 반세기 넘게 군림한 도쿄 1위 자리를 내놓았다.

▶스카이트리는 일본 첨단 토목기술을 한곳에 모았다. 우선 대지진에 견뎌야 했다. 철탑 중앙에 특수 강화콘크리트로 '심주(心柱)'라 부르는 기둥을 세웠다. 심주는 땅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다. 철탑 외부에 있는 높이 125m 별도 구조물이 삼각대처럼 심주를 떠받친다. 지진이 나면 심주와 외부 구조물이 시간차를 두고 흔들리면서 진동을 흡수한다. 심주를 제외한 다른 기둥들은 오일(oil) 흡진판으로 탑 철골에 연결돼 있다. 흡진판이 지진 에너지의 50%를 빨아들인다.

▶철탑 겉엔 푸른빛 도는 흰색을 칠했다. 일본 전통색 '아이지로(藍白)'다. 그래서 이참에 이 색깔 이름을 '스카이트리 화이트'라고 따로 지었다. 일본인에겐 장기 불황과 동일본 대지진 같은 우울한 소식 끝에 들려온 희소식이다. 국운을 바꿔보자는 소망을 담았기에 '희망탑'이기도 하다. 철탑 350m·450m 높이에 있는 두 전망대 입장권은 벌써 몇 달치가 매진됐다. 근처 쇼핑몰 '도쿄 소라마치(하늘마을)'도 으뜸 관광지로 떠올랐다.

▶원전 가동을 모두 멈춘 일본은 에너지 절약이 지상 과제다. 스카이트리는 냉난방·조명을 초절전 설계로 했다. 지중열을 쓰는 냉난방용 대형 수조를 땅 밑에 만들었고, 태양광 패널과 LED 조명도 달았다. 철탑 이름은 '에도(江戶) 타워' '라이징 이스트(Rising East) 타워' 같은 6개 후보를 투표에 부쳐 정했다. 탑 높이를 634m로 정한 것은 6·3·4가 일본어 발음으로 '무·사·시'여서 옛 도쿄 지방 이름 무사시(武藏)와 같기 때문이다.

▶엊그제까지 세계 1위 타워는 중국 광저우탑(廣州塔·600m)이었다. 네덜란드·영국 팀이 설계했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문을 열었다. 그전까지는 캐나다 토론토 CN타워(553.3m)가 36년 동안 1위를 지켰다. 남산 'N서울타워(239.7m)'는 90위쯤 된다. 노아 시대 신(神)은 하늘을 뚫은 바벨탑에 화가 나 언어가 지역끼리 서로 통하지 않게 막아버렸다. 오늘날 600m 철탑은 매스미디어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고 세운다. 이제 신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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