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백두산 폭발

yellowday 2012. 5. 23. 06:49

입력 : 2012.05.21 23:00

1943년 멕시코 중서부 파리쿠틴에 있는 옥수수밭에서 갑자기 수증기가 솟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벌판에 높이 150m 원뿔 모양 산이 솟아났다. 산은 2년 만에 높이 420m, 지름 800m로 자랐다. 산 꼭대기에선 뜨거운 불기둥과 용암과 화산재가 쉴 새 없이 뿜어져나와 주변 두 마을과 집 수백 채를 뒤덮었다. 9년이 지나자 파리쿠틴 화산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화산들은 수십억년 전부터 대개 파리쿠틴 같은 과정을 거쳤다. 지하에서 끓는 고온·고압 마그마가 지표(地表)의 약한 틈을 뚫고 분출하면서 구멍 주위에 원뿔 둔덕을 만든다. 한라산, 후지산, 킬리만자로가 다 그렇게 해서 생겼다. 이런 통상적 단계를 밟아 생겨나는 화산 중에 최근 1만년 사이 활동을 한 것이 육지에 1500개, 해저에 200개쯤 있다.

▶'초(超)화산' 또는 '수퍼화산(Supervolcano)'은 여느 화산들과 다르다. 단 한 번 대폭발로 온 지구에 충격을 주고는 수만~수십만년을 침묵한다. 7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토바호(湖)의 화산폭발로 지구가 6년 내내 화산재로 뒤덮이는 '화산 겨울'을 겪었다. 그로부터 2만년 동안 인간은 멸종만 가까스로 모면하며 이어갔다. 수퍼화산은 폭발력이 커서 평범한 분화구 대신 정상에 '칼데라'라는 거대 분지를 남긴다. 칼데라에 물이 고이면 칼데라호(湖)가 된다.

▶백두산 천지가 바로 칼데라호다. 지질학계는 백두산이 10세기 후반 화산폭발지수(VEI) 7.4의 대폭발을 일으켰다고 믿고 있다. VEI 7.4는 토바호와 미국 옐로스톤 분지의 8에는 못 미치지지만 폼페이를 멸망시켰던 베수비오화산(VEI 5급)보다는 100배 넘게 강력한 폭발이다. 일본 도호쿠대(東北大) 다니구치 히로미쓰 명예교수가 "백두산이 20년 안에 다시 터질 확률이 99%"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그는 백두산이 14~20세기 여섯 차례 분화한 시점이 늘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뒤였다는 걸 근거로 댔다. 일본에선 작년 3월 11일 대지진이 터졌다.

 

미국 워싱턴주 세인트헬렌스 화산은 1980년 폭발 두 달 전부터 잦은 지진과 소규모 용암 분출을 일으켰지만 진짜 화산폭발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1991년 일본 운젠(雲仙)산 분화도 마찬가지였다. 1993년 콜롬비아 갈레라스 화산은 조사단이 산에서 관측을 하고 있는 사이 폭발했다. 지구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해 인간이 아는 지식은 광활한 우주에 대한 지식보다도 짧다. 활화산 백두산이 언젠가 폭발할 것이라는 데 토를 다는 전문가는 없지만 분화 시점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지금 과학 수준으론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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