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성(性)평등 '동거' 내각

yellowday 2012. 5. 19. 19:26

입력 : 2012.05.18 23:01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새 내각을 발표했다. 사상 처음으로 34명 장관 중 꼭 절반인 17명이 여성이다. 예순 살 크리스티안 토비라 법무장관이 먼저 눈에 띈다.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 흑인 여성이다.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에 능통하고 '불타는 열정과 사람을 휘어잡는 연설솜씨'로 유명하다. 토비라는 "여성·흑인·가난뱅이 문제가 우리의 도전"이라며 "열정과 공격성은 다르다"고 했다. 첫 남편과 아이 넷을 낳고 헤어졌다.

▶이번 정권은 대통령이 동거 부부다. 올랑드 대통령은 앞서 사회당 대선 후보를 지낸 세골렌 루아얄과 수십년 동거 관계로 살았다. 아이도 넷을 뒀다. 루아얄이 대선에서 진 뒤 둘은 헤어졌다. 올랑드는 방송기자 발레리와 함께 살다 2012 대선에서 당선됐다. 유럽은 물론이고 북미 언론도 영부인 의전(儀典)을 두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엘리제궁 행사 때 발레리를 대통령의 '동반자'로 소개할지 '배우자'로 소개할지부터 애매하다.

▶새 국토부장관 세실 뒤플로는 첫 결혼에 아들 하나, 딸 둘을 낳았다. 지금은 두 번째 남자친구인 사진작가와 동거하며 딸을 하나 뒀다. 쉰 살 생산성부흥장관 아르노 몽테부르는 1997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던 날 백작 신분 귀족 딸과 결혼해 떠들썩했다. 부부는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고 아이 둘을 낳았다. 재작년 프랑스 언론은 몽테부르가 숨겨놓은 연인인 방송기자 오드리 퓔바르와 동거 중이라고 했다.

▶프랑스 커플은 66%가 결혼으로 묶인다. 그러나 '동거'도 31%나 된다. '코아비타시옹' 또는 '콩큐비나주'라고 부른다. 동거는 단순 동거와 시민연대계약(PACS)으로 나뉜다. 동거 커플은 아이도 낳고 겉보기엔 일반 가정과 같다. 단순 동거는 남녀가 서로에게 법적 구속력이 없고 PACS는 법적 규제가 강하다. 법원에 동거계약서도 내야 한다. 3년 이상 지속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사회보장·세제혜택·유산상속이 뒤따른다. 사실상 '준(準)부부'다.

▶프랑스는 '동거정부'라는 말도 쓴다.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반대당일 때다. 이번 사회당 대통령·장관들은 사생활에도 동거 커플이 많다. 올랑드는 유세 때 '성 평등 정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실제로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주요 장관 자리는 아직 남자들 차지다. 신임 문화장관 오렐리 필리페티는 "2008년에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가 내게 집적댔다. 이후 그와는 절대 단둘이 방안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에도, 남녀 동거에도 넘지 말아야 할 분명한 선(線)은 있다. 둘 다 상대를 인정하고 보듬는 '동거 정신'만 진화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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