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06 22:28
강릉 살던 열일곱 살 권순관은 1966년 12월 입대해 파월(派越) 청룡부대에 배치됐다. 다음 해 12월 그는 '부모님 전상서'로 시작하는 두 쪽 분량 편지를 썼다. 편지는 먼저 제대해 귀국하는 소대원 편에 부쳤다. 권 일병은 55일 뒤인 68년 1월 베트남 꽝남성 추라이 전투에서 숨졌다. 그의 전사 소식을 들은 동료 병사는 고민 끝에 편지를 전하지 못했다. 무려 40여년을 후회와 자책에 시달리던 이 병사는 2010년 강릉보훈지청에 빛바랜 편지를 보내왔다.
▶연락받고 달려온 권 일병의 여동생은 고향에 있는 어머니 산소를 찾아가 늦게 도착한 오빠의 편지를 읽어 드렸다. '부모님 전상서. 형님과 여동생, 큰댁 모두 두루 평안하신지요.…' 늙은 아버지도 편지를 품고 아들이 잠든 동작동 현충원을 찾았다. "편지 잘 받았으니 편히 쉬어라." 그해 만들어진 영화 '포화 속으로'는 중3 학도병 이우근이 6·25 격전지에서 보내온 편지가 모티브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웬일인지 문득 상추쌈을 게걸스럽게 먹고 싶습니다'.
▶현충일을 맞아 국가기록원이 전선(戰線) 편지 몇 통을 공개했다. 베트남전의 맹호부대 정영환 대위는 1970년 강원도 홍천 사는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언제나 한결같은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그리움이 복받치는 밤입니다. 일제 양산 두 개를 월남시장에서 사왔습니다. 하나만 보낼까 하다가 두 개 다 보냅니다." 그는 추신에 아내의 임신을 바라는 마음도 적었다. 유학성이란 군인은 6·25 때 눈 내리는 동지(冬至) 전선에서 처갓집 안부를 물었다.
▶연락받고 달려온 권 일병의 여동생은 고향에 있는 어머니 산소를 찾아가 늦게 도착한 오빠의 편지를 읽어 드렸다. '부모님 전상서. 형님과 여동생, 큰댁 모두 두루 평안하신지요.…' 늙은 아버지도 편지를 품고 아들이 잠든 동작동 현충원을 찾았다. "편지 잘 받았으니 편히 쉬어라." 그해 만들어진 영화 '포화 속으로'는 중3 학도병 이우근이 6·25 격전지에서 보내온 편지가 모티브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웬일인지 문득 상추쌈을 게걸스럽게 먹고 싶습니다'.
▶현충일을 맞아 국가기록원이 전선(戰線) 편지 몇 통을 공개했다. 베트남전의 맹호부대 정영환 대위는 1970년 강원도 홍천 사는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언제나 한결같은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그리움이 복받치는 밤입니다. 일제 양산 두 개를 월남시장에서 사왔습니다. 하나만 보낼까 하다가 두 개 다 보냅니다." 그는 추신에 아내의 임신을 바라는 마음도 적었다. 유학성이란 군인은 6·25 때 눈 내리는 동지(冬至) 전선에서 처갓집 안부를 물었다.

▶전선에서 병사들이 보낸 편지 중엔 발신자를 모르는 편지가 적지 않다. 1914년 영국과 독일이 대치하던 살벌한 서부 전선에서 성탄 전야에 양쪽 군인이 음식을 나눠 먹고 공을 찼다는 일화도 익명의 영국군이 쓴 편지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는 6·25 때 미군이 노획한 인민군 편지가 1000여통 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편지 쓴 이가 티끌이 됐어도 그가 남긴 편지는 배달된다. 그걸 믿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朝日報 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약용 탄생 250년 (0) | 2012.06.12 |
---|---|
손목터널증후군 (0) | 2012.06.09 |
자식 팽개치는 부모들 (0) | 2012.06.05 |
'하늘나라 우체통' (0) | 2012.06.04 |
살 파먹는 박테리아 (0) | 2012.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