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19 23:05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16일 워싱턴 수단대사관 앞에 나갔다가 체포됐다. 그는 수단 정부군의 민간인 학살에 항의하는 집회를 주관했다. 클루니는 '미스터 수단'으로 불릴 만큼 수단 인권운동에 앞장서 왔고 시위에도 전문가다. 집회를 시작하고, 경찰통제선을 넘고,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체포되는 장면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워 해낸다. 그의 아버지인 일흔여덟 살 프리랜서 방송인 닉 클루니도 현장에서 붙잡혔다. 클루니 부자는 보석금 100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아프리카 동북부 수단은 오래전부터 597개 부족을 단일 아랍 문화로 묶으려는 정책을 펴왔다. 서부 국경지역 다르푸르에 사는 비(非)아랍 푸르족은 차별을 견디다 못해 2003년부터 무장단체를 만들어 저항했다. 수단 정부군은 아랍 민병대를 앞세워 푸르족을 죽이고 약탈하고 강간했다. 20만명이 희생됐고 난민 250만명이 생겼다. 클루니는 2006년 아버지와 함께 현지에서 TV특집 '다르푸르 여행'을 찍었다. 클루니와 수단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됐다.
▶클루니는 수단의 민간 희생자들을 구하려고 안 가는 곳이 없다. 유엔 안보리도 찾아가고 이집트·중국처럼 수단 정부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도 방문한다. "EU가 나서달라"며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편지도 썼다. '모래와 슬픔' 같은 여러 다큐에도 출연했다. 다큐에선 로켓포탄이 머리 위를 날아가고 옆에 있던 젊은이가 파편에 쓰러지는 장면이 생생했다. 클루니도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겪었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를 스승으로 모시는 배우 리처드 기어도 티베트의 인권을 위해 활동해왔다. 작년 7월엔 서울에 와서 티베트 사진전을 열었다. 그렇지만 클루니에 비하면 약과다. 둘 다 사회문제에 적극 뛰어든 '소셜테이너'이지만 클루니는 영화배우로 TV에 나오기보다 수단 전문가로 더 많이 등장한다. 2010년엔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수단을 주제로 대담까지 했다. 클루니가 본격적인 정치를 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의 아버지는 작년 11월 "아들은 훌륭한 대통령이 될 자질을 갖췄다"고 했다.
▶클루니를 체포할 때 양손을 뒤로 묶은 흰색 플라스틱 끈 '리스트레인 키트(restrain kit)'는 원래 가위로 잘라야 벗길 수 있다. 그러나 사진 속에서는 혼자 손을 뺄 수 있을 만큼 느슨했다. 작년 7월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다 체포된 구티에레즈 같은 10선 의원도, 조지 클루니 같은 세계적 톱스타도 법을 어기면 순순히 공권력을 받아들인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종교인이 웃통을 벗고 경찰관과 맞붙어 울부짖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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