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파리에 간 北 관현악단

yellowday 2012. 3. 16. 18:43

입력 : 2012.03.15 23:13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작년 9월 평양을 방문했다.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 자격이었다. 그는 평양에 나흘을 머물며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의 리허설을 일곱 시간이나 진행했다.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일곱 명의 연주능력을 평가하는 오디션도 가졌다. 그는 조선국립교향악단 공연도 관람한 뒤 "북한의 음악 수준이 상당하다"고 했다. 생긴 지 3년밖에 안 된 은하수관현악단에 대해선 "2006년 내가 부임하기 전 서울시향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은하수관현악단은 연주자 70명에 성악가까지 합쳐 100명이 넘는 대규모 관현악단이다. 김정일이 생전에 공들여 키웠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단원 평균 나이가 20대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예술 인재들이 15명이나 된다"고 자랑했다. 러시아·이탈리아·중국 유학파도 여럿이라고 한다. 은하수관현악단은 해금, 가야금 같은 전통 악기를 서양 악기와 함께 연주한다.

▶은하수관현악단이 14일 파리에서 정명훈 지휘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동 연주회를 열었다. 1972년 평양오페라단이 파리에서 공연한 적은 있지만 관현악단 콘서트는 처음이다. 정명훈이 지난해 평양을 방문해 성사시킨 공연이다. 은하수관현악단은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 뒤 '아리랑'으로 마무리했다. 앙코르곡으로는 '닐리리야'를 들려줬다. 프랑스 언론은 정명훈의 공연 주선을 '음악 외교'라고 부르며 "역사에 의해 끊긴 남북한 관계를 음악으로 다시 잇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했다.

▶정명훈의 꿈은 남북한 교향악단 합동공연을 여는 것이다. 그는 음악을 통해 북한의 빗장을 풀어보려고 프랑스 정부 지원을 받아 라디오프랑스가 초청하는 형식으로 은하수관현악단의 유럽 나들이를 이뤄냈다. 그는 앞으로도 북한 연주자들을 파리로 불러들일 계획이다. 그가 올여름 지휘할 한·중·일 합동 오케스트라 공연에도 북한 참가를 추진하고 있다.

▶화음(和音)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지휘자 바렌보임이 1999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 음악가들을 모아 만든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는 총성이 끊이지 않는 중동에서 음악으로 평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음악뿐 아니라 문화의 훈풍(薰風)이 얼어붙은 남북 사이 강물을 풀었으면 좋겠다. 개성의 고려 유적 공동 발굴과 겨레말 공동 사전 편찬처럼 중단됐던 민간 문화사업도 그중 하나다. 경기도가 개성의 한옥 보존사업을 제안했듯 북측이 받아들일 새 아이디어도 자꾸 찾아야 한다. 남북 관계가 잘 풀려서 문화인들이 신명나게 교류의 판을 벌이도록 추임새를 넣게 된다면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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