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어린이의 꿈 '공무원'

yellowday 2012. 3. 12. 22:50

입력 : 2012.03.11 22:06

어린이 눈엔 모든 것이 크고 아름답다. 어린 시절은 지루할 새가 없다. 늘 놀라움, 신비로움, 호기심에 넘치며 진주빛 광채로 반짝인다. "유년 시대는 하나의 삶을 살기 앞서 많은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 시절 꾸는 꿈은 동화처럼 푸근하고 분홍 솜사탕처럼 달콤하다. 토머스 칼라일은 "희망이란 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따라가는 웃음 띤 무지개"라고 했다. 아이들이 막연히 품었던 꿈은 부모와 선생님, 주변 사람에 의해 다듬어지면서 형태를 띠게 된다.

▶미국의 첫 여성 우주 비행사 샐리 라이드는 아버지의 한마디를 삶의 지표로 간직한다. 어린 라이드가 자신감을 잃고 며칠째 학교에서 풀이 죽어 돌아오자 아버지가 말했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하는 거다.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라이드는 테니스 선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테니스가 한계에 부딪히자 아버지의 말을 떠올렸다. 좋아하던 과학 공부에 매달렸고 스물일곱에 스탠퍼드대 천체물리학 박사가 됐다.

▶일본 어린이 14만명의 장래 희망을 물은 작년 조사에서 여자 아이들은 14년 내리 음식점·케이크점 주인을 1위로 꼽았다. 남자 아이들 희망에선 축구 선수가 7년 만에 야구 선수를 제치고 1위를 되찾았다. 야구 선수는 1990년대 이후 14차례나 1위에 올랐다. 바라는 직업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게 눈에 띈다. 미국 어린이의 장래 희망도 꾸준해서 소방관과 경찰이 수위를 지킨다. 미국 교육이 애국심과 영웅적 헌신을 강조하고, 소방관·경찰·군인의 희생에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제대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1970년대 우리 어린이들의 희망 목록은 과학자·판사·교사·예술가·장관 순이었다. 대통령도 10위권에 있었다. 80년대엔 교사·의사·과학자로 바뀌었고 대통령은 순위에서 사라졌다. 2007년부터는 연예인이 1위를 차지했다. 이유는 '멋져보여서'가 압도적이다. 의사·변호사와 교사·예술가·운동선수가 뒤를 이었다. 지난주엔 한 방송사가 퀴즈 프로그램용으로 어린이 1000명을 조사했더니 그간 예닐곱째였던 공무원이 1위였다고 한다.

▶아이들이 갈수록 영악해진다고는 해도 요즘 같은 세상에 공무원이 최고 직업이라는 것을 알면 얼마나 알까. 부모가 "공무원 되거라"고 한 탓이 클 것이다. 어린이의 꿈도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공무원이라는 희망에선 어쩐지 무지개처럼 영롱한 기운이 덜하다. "큰 희망이 위인을 만든다"거나 "소년아 박차를 가하라, 고삐를 쥐어라"는 금언이 무색하다. 아이들이 부모나 남의 꿈이 아니라 '내 꿈'을 찾아 품게 하는 것은 누구보다 부모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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