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셋째 아이,

yellowday 2012. 3. 2. 18:05

 

입력 : 2012.02.28 23:29

송(宋)나라 시인 진사도(陳師道)는 워낙 가난해서 아내와 자식 셋을 장인에게 맡겨야 했다. 그는 삼남매를 떼어놓는 심정을 '별삼자(別三子)'라는 시로 읊었다. 그중에 강보에 싸인 셋째에 대한 마음이 가장 애틋했다. 그는 큰아이와 열네 살 터울 진 막내를 그리워하며 시를 맺었다. '네 울음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한데(汝哭猶在耳) 내 그리움을 누가 알랴(我懷人得知).'

▶1976년 우리네 출산율이 딱 3이었다. 요즘엔 아이가 셋만 돼도 '다(多)둥이'라고 부른다. 셋째를 가지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기 때문에 배를 가리고 다녔다는 엄마들도 있다. 그러나 낳고 나면 하나같이 낳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보석처럼 빛나는 셋째를 자랑하고 싶어한다. 아빠도 직장에 있으면 셋째가 눈에 밟혀 일찍 들어온다고 한다. 특히 늦둥이 셋째는 '하늘이 준 선물'로 여기는 부부가 많아 금실도 좋아진다.

프랑스 여성지 '플뤼리엘'이 '셋째를 가져야 할 열 가지 이유'를 꼽았다. 진짜 가족을 이뤘다는 느낌이 좋다, 아이들끼리 우애가 깊다, 셋째가 첫째·둘째를 흉내내 뭐든 빨리 배운다, 큰아이가 셋째를 돌본다, 엄마도 살림을 더 꼼꼼하게 하게 된다…. 마지막 이유는 '더 긴 출산휴가'다. 둘째까지는 16주이지만 셋째부터는 26주다. 프랑스에선 셋째를 가진 가정 열에 셋이 넷째를 낳는다고 한다.

▶작년 우리나라 셋째 출산이 5만1600명을 기록해 10년 만에 다시 5만명을 넘어섰다. 출생아 중에 셋째 이상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도 11%로, 1984년 12.8% 이래 가장 높았다. 정부와 기업이 셋째에게 주는 갖가지 양육 지원과 혜택이 한몫 한 덕분이라고 한다. 한때 140을 웃돌던 셋째 아이 성비(性比)는 109.5로 떨어져 셋째 출산이 아들 낳기와는 거의 상관이 없어졌다.

▶아이가 셋을 넘으면 아이들끼리 스스로 크는 가정이 많다. 막내를 보살피고 서로 도우며 자란다. 엄마가 자기만 챙겨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 일은 알아서 하는 요령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형제가 많은 집 아이들은 자기 몫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자잘한 좌절을 겪으며 인성(人性)이 일찍 발달한다는 의학 분석도 있다. 축구스타 베컴은 2005년 셋째 아이를 얻고서 "내 인생의 해트트릭"이라고 했다. 셋째에게서 얻는 행복에 눈뜨는 부모가 더 많아져 출산율을 되살리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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