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한 해 귀농 1만 가구

yellowday 2012. 2. 25. 07:09

 

입력 : 2012.02.24 22:32

지리산에 지리산학교가 있다. 글쓰기부터 사진·음악·미술·산행까지 여러 수업을 하며 지혜를 나누는 현장 학교다. 강사는 90년대부터 지리산에 들어와 사는 문인·예술가들이다. 시인 이원규·박남준, 사진작가 이창수, 화가 김용희, 산악인 남난희, 공예가 성광명…. 변변한 교실 하나 없지만 수강생이 100명 넘게 모여든다. 대부분 도시에서 살다 온 귀농인(歸農人)들이다.

▶지리산을 에워싼 구례·남원·하동 일대 면(面)마다 귀농인이 30~200가구에 이른다. 특히 30·40대가 많다. 이원규 시인은 "진정한 행복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아토피에 시달리는 아이를 보다 못해 떠나온 예도 적지 않다. 별의별 방법을 써도 가라앉지 않던 아토피가 신통하게 가신다고 한다. 젊은 귀농인들은 농약을 덜 치고 생태에 관심이 많다. 지리산학교는 귀농인이 문화 갈증을 더는 샘터인 셈이다.

▶귀농은 2009년 한 농업전문 매체가 '한국 농업 10대 히트 상품' 1위로 꼽을 만큼 사회현상이 됐다. 예전엔 살 길을 찾는 생계형 귀농이 많았지만 삶의 여유와 내면의 행복을 찾으려는 생태형 귀농 '귀촌(歸村)'이 늘고 있다. 지난해 귀농이 1만503가구를 기록했다고 농림부가 밝혔다. 재작년 4067가구보다 갑절 넘게 늘었다. 2001년 880가구에 비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가장 큰 이유가 베이비붐 세대 은퇴라고 한다.

농림부는 생업으로 농사를 짓기 위한 이주를 '귀농', 전원의 삶을 누리려는 이주를 '귀촌'으로 구분한다. 지난해 '귀농'은 62%, '귀촌'은 38%였다. 강원이 2167가구로 가장 많았고 전남·경남·경북·전북이 뒤를 이었다. 강원은 '귀촌'이 70%, 전남은 '귀농'이 84%였다. 어느 쪽이든 시골에 뿌리내리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몇년씩 공들여 철저하게 준비하되 돈 벌 욕심은 버리라고 충고한다.

▶충북 산골로 들어간 어느 대학교수는 작은 포클레인부터 사서 작동법을 익혔다. 마을 밭일이나 공사에 포클레인이 필요하면 언제든 몰고 나가 거들겠다고 했다. 아이들 공부도 가르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잔디밭에서 바비큐 파티하는 환상부터 버려라"는 말도 있다.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귀농인과 따뜻하게 끌어안는 토박이가 어울려 젊고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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