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2.26 22:45
미국 청소년들은 16~17세가 되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 면허증 따기는 사춘기의 통과의례였다. 그러나 2008년 휘발유값이 갤런에 3달러를 넘은 뒤 10대의 자동차 풍속도가 바뀌었다. 1983년 열여섯 살 미국인의 46%가 면허증을 지녔지만 2008년엔 그 비율이 31%로 떨어졌다. 지난해 휘발유값이 3달러50센트를 넘어선 뒤엔 대중교통 이용량이 재작년보다 2% 늘어났다. 특히 780만 베이비붐 세대가 일에서 벗어난 뒤 운전대를 덜 잡는다.
▶프랑스에서도 휘발유값이 리터에 1유로62상팀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를 했더니 39%가 자동차를 덜 몰고 다닌다고 했다. 집에 차를 두고 다니는 사람이 2000년보다 15%포인트나 많아졌다. 10년 전부터 운전자들이 휘발유값 인상에 맞춰 해마다 평균 1000㎞씩 주행거리를 줄여왔다는 통계도 있다. 늘 막히던 파리 외곽순환도로도 작년 9월부터 잘 뚫린다. 출퇴근 시간 교통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덕분이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값이 지난 23일 리터당 1993.82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휘발유 소비량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지난 1월 소비량이 582만배럴로 작년 1월 541만배럴보다 7%나 증가했다. 작년 10월부터 휘발유값이 1900원대로 올랐지만 사람들이 '휘발유 과소비'에 길들여져 그냥 차를 몰고다니는 탓이다.
▶유럽에선 겨울 실내 온도를 평균 18도에 맞춰온 지 오래됐지만 우리는 아파트를 찜질방처럼 달군다. 일본만 해도 밤거리가 어둠침침한데 우리 밤거리는 휘황찬란한 조명에 취해 있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일본보다 10%나 많다. 서울 번화가 가게들은 여름이면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틀어댄다.
▶일본은 오일쇼크를 겪고 난 1979년 '에너지 사용 합리화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지난 30년을 이 법대로 살다 보니 에너지 효율이 30%나 개선됐다. 지난해 대지진을 겪고 나서 일본 정부는 피크시간 전력 15% 줄이기 운동을 벌였다. 국민이 얼마나 열심히 따랐던지 목표를 훨씬 넘겨 21%를 줄였다. 선진국 사람들은 기름값 인상에 맞춰 자동차 운전습관부터 바꾼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는 게 싫어 비싼 휘발유를 길에 뿌리고 다닌다. 요즘 유류세를 내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런 정신상태에서 유류세 인하하면 휘발유 과소비만 부추길 뿐이다.
'朝日報 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셋째 아이, (0) | 2012.03.02 |
---|---|
'삶의 질'과 신뢰 (0) | 2012.02.28 |
한 해 귀농 1만 가구 (0) | 2012.02.25 |
어설픈 탐정 (0) | 2012.02.24 |
낮술 (0) | 2012.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