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어설픈 탐정

yellowday 2012. 2. 24. 16:40

 

입력 : 2012.02.23 23:30

1977년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는 반체제 작가 위르겐 푹스를 서베를린으로 추방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항상 지켜볼 거야. 함부로 나대지 마." 푹스는 굴하지 않고 동독 정권을 비판했다. 그는 테러를 비켜갔지만 그의 장모가 1982년 동독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가스레인지 밸브가 열려 있었다. 1986년엔 푹스의 집 앞 승용차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그의 집엔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오고, 주문하지도 않은 포르노물품이 배달되고, 부르지도 않은 콜택시와 앰뷸런스가 시도 때도 없이 달려왔다.

▶동독 피겨 스타 카타리나 비트는 여덟 살 때부터 17년 동안 슈타지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고 폭로했다. 슈타지 문서보관소에 있는 3000쪽 보고서엔'비트의 성관계가 20시에 시작해 20시 7분에 끝났다'는 대목까지 있더라고 했다. 슈타지는 서독에 2만~3만명의 첩자를 심어두고 공작 대상 한 명에 많게는 20~30명씩 붙여 감시했다.

▶냉전시대 첩보전은 단순·노동집약형(型)이었다. 요원을 최대한 투입해 끈질기게 도청·잠복·미행을 계속하는 식이다. 그러나 요즘엔 이메일을 해킹하고, 인공위성으로 시설을 살피고, 세계 통신네트워크를 이용해 입체작전을 펼친다. 예전처럼 몸으로 열심히 때우는 방법만으론 첩보요원 노릇도 하기 힘든 시대다.

CJ그룹과 삼성그룹 간에 구식 첩보전을 닮은 미행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CJ 측은 어제 삼성 직원이 CJ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며 삼성그룹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CJ 측은 일주일 전쯤부터 미행 낌새가 있어 21일 뒤따르는 승용차에 일부러 접촉사고를 낸 뒤 경찰서에 함께 가 그가 삼성물산 직원이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CJ 측은 삼성 직원이 미행 중간에 렌터카 업소에서 차량을 바꾸는 장면도 촬영해 공개했다. 삼성 측은 그룹과의 관련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은 1995년 CJ 이 회장 옆집 옥상에 CCTV를 설치했다 해서 갈등을 빚었었다. 그로부터 17년 만에 또 비슷한 마찰이 인 것이다. 이 회장의 아버지 이맹희씨가 동생인 삼성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000억원대 상속분 청구소송을 낸 뒤라서 더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삼성 직원의 목적이 실제로 미행이었다면 세계 초일류를 지향한다는 기업의 직원치고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인터넷 세상에서 표지가 누렇게 삭은 옛날 옛적 탐정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셜록 홈즈에게서 미행의 기본은 배우고 실전에 나섰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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