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교도소의 셰익스피어

yellowday 2012. 2. 21. 07:18

 

입력 : 2012.02.20 22:23

미국 켄터키주에 있는 루터 러켓 교도소는 '철창 뒤의 셰익스피어'(Shakespeare behind bars)란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1995년부터 연극인 커트 토프트랜드가 재소자들과 함께 해마다 셰익스피어 연극을 공연해오고 있다. 죄수들이 9개월 동안 셰익스피어 희곡을 연습해 공연하고 다른 교도소에서 공연도 해온 지 16년이 넘었다. '철창 뒤의 셰익스피어'는 2005년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돼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미국 밀워키주에 있는 라신느 교도소도 2005년부터 셰익스피어 연극을 공연해오고 있다. '리어왕'에서 바보 광대를 열연한 한 죄수는 "남들이 못 보는 나 자신을 보게 한 기회였다. 아, 나는 얼마나 바보처럼 살았던가"라고 했다. 영국에선 2001년부터 배우들이 '셰익스피어 워크아웃 프리즌 프로젝트'를 통해 13개 교도소에서 죄수들과 함께 해마다 공연해오고 있다.

▶교도소에서의 셰익스피어 공연을 연구한 책 '셰익스피어 인사이드'도 나왔다. 이 책은 재소자들에게 미치는 '셰익스피어 효과'를 강조했다. "죄수들이 오랫동안 변호사와 면회를 하지 못해 화가 나 있다가도 셰익스피어 공연을 연습하면서 자신을 도와줄 친구의 존재를 깨닫는다. 셰익스피어는 감옥에서 동물 취급을 당하는 재소자들에게 그들도 인간임을 일깨워준다."

▶지난 18일 열린 제6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타비아니와 파울로 타비아니 형제 감독이 다큐멘터리 '시저 머스트 다이(시저는 죽어야 한다)'로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6개월 동안 재소자들이 실제 셰익스피어 희곡 '줄리어스 시저' 공연을 연습하는 과정을 기록한 다큐다. 시저 암살에 가담한 브루터스가 "나는 시저를 사랑했지만, 시저보다 로마를 더 사랑했다"는 대사로 유명한 희곡을 죄수들이 공연한다.

▶타비아니 형제는 "영화를 본 누군가가 집에 가선 재소자도 결국 인간이고, 인간으로 남는다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했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인공들은 '운명의 감옥'에 갇혀 있다. 그래서 죄수일수록 셰익스피어 문학에 빨리 공감하기 쉬운가 보다. 감옥에 가지 않고도 셰익스피어 효과를 느끼는 게 가장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셰익스피어를 안 읽었거나, 어린이용 요약본이나 영화를 본 것만으로 다 읽었다는 '착각의 감옥' 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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