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2.19 22:19
1998년 2월 대법원은 변호사의 돈을 받은 의정부지원 판사 9명을 징계위에 넘기고 소속 판사 37명을 모두 바꿨다. 법조계가 부글부글 끓었다. 1999년 2월 수원지법 문흥수 부장판사는 전자게시판에 '진정한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띄웠다. 그는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될 거의 모든 판사들이 변호사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하라는 것은 무리다"며 "법원은 마치 변호사 양성소처럼 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주관적 근무평정과 판사 재임용제를 '위헌적인 파면제도'라고 몰아붙였다.
▶'근무평정'이라 불리는 법관 평가제는 1995년 시작돼 법원장이 부장판사 이하 판사에 대해 매년 1차례씩, 예비판사에 대해 2차례씩 평가해왔다. 처음엔 직무수행·직무적성·건강 같은 큰 항목 밑에 분석력·판단력·자제력·정의감 같은 세부 항목도 있었고, 법원장이 항목마다 상·중·하로 평가한 뒤 이를 종합해 다섯 단계로 성적을 매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법관 평가방식이 공개된 적은 없다.
▶지난 주말 서울 중앙지법·서부지법·남부지법 소속 단독판사 110여명이 판사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근무평정제도를 고쳐달라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법원장이 판사에게 '부적격' 등급을 줄 때도 당사자에게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10년마다 하는 재임용 때도 탈락자가 자기를 변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내부규칙에 따라 평가 결과와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판사들의 큰 불만을 샀다.
▶독일은 막 국가시험을 끝낸 '시용(試用)재판관'에게 첫 2년 동안은 6개월마다 평가를 하고 결과가 나쁘면 임용을 취소한다. 일본도 판사들을 사건 처리·부서 운영·일반 자질에 따라 평가한다. 우리와 다른 점은 평가 때 면담도 하고, 결과를 공개하며, 이의 신청을 받아준다. 글로벌 외국 기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도 승진과 연봉 협상을 앞두면 본인에게 평가 결과를 알려주고 직접 면담을 한다. 평가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여러 명이서 여러 번 할수록 객관적이다. 불복하면 이의 제기할 절차도 있다.
▶소크라테스는 "재판관에게 네 가지가 필요하다. 친절하게 듣고, 빠진 것 없이 대답하고, 냉정히 판단하고, 공평하게 재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판사는 이 네 가지에 문제가 생겼는지 항상 돌아봐야 하고 그 점검 방법이 올발라야 한다. 지난 17년 동안 법관들의 근무평정에 따른 논란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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