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재벌家 송사(訟事)

yellowday 2012. 2. 17. 18:31

입력 : 2012.02.15 22:21

1990년 홍콩 부동산갑부 니나 왕의 남편이 납치된 뒤 행적이 끊겼다. 법원이 남편에 대해 사망 판결을 내리자 시아버지가 상속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니나 왕은 6년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다. 그녀는 2007년 세상을 뜨면서 재산 16조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그러자 애인이라는 남자가 나타나 자기가 상속자라며 다른 유언장을 내놓았다. 정부(情夫)와 자선단체가 맞붙는 재판 날이면 취재진 수백명이 몰렸다. 작년 봄 법원은 자선단체의 상속권을 인정했다.

▶2007년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여주인 베탕쿠르가 젊은 사진작가에게 고가의 미술품을 주자 딸이 소송을 냈다. 딸은 스물다섯 살이나 어린 남자가 치매기 있는 어머니를 꼬드겨 1조7000억원어치 금품을 뜯어냈다고 주장했다. 베탕쿠르는 딸이 자기를 학대했다며 맞고소했지만 지난해 법원은 딸의 손을 들어줬다. 내년이면 아흔인 베탕쿠르는 "무덤 속에서도 딸을 저주하겠다"고 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큰아들 이맹희씨가 열한 살 아래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7100억원대 주식을 넘겨 달라는 소송을 냈다. 아버지가 3자 이름으로 신탁했던 주식을 이 회장이 실명화(實名化)하면서 다른 상속인들에겐 알리지 않고 혼자 차지했다는 것이다.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한 10년이 지났다는 해석과, 이씨가 상속권 침해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으니 상속 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맞서 있다.

▶이런 송사(訟事)는 한국 재벌들에게 드문 풍경이 아니다. 현대가(家)에서는 정주영 창업주의 둘째 정몽구 회장과 다섯째 정몽헌 회장이 후계권을 다투다 그룹이 둘로 쪼개졌다. 두산·한진·금호아시아나 그룹도 형제들이 서로 편을 갈라 등을 졌다. 다른 재벌가에서도 경영권이 세습되면 거의 통과의례처럼 다툼이 불거졌다. 큰아들이 아닌 동생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면 사태가 더 꼬였다.

▶미국 석유왕 록펠러는 아들을 유산 상속자로 보지 않고 동료 자선가로 여겼다. 그는 "나는 부자 아버지를 두지 못했다"며 항상 허름한 호텔방에 묵었지만 시카고대를 비롯한 24개 대학과 4928개 교회를 지어 헌납했다. 록펠러는 "내 아들이 인류 행복을 위해 재산을 쓰기 원한다"는 말을 남겼다. 수의(壽衣)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이승에서 번 돈은 이승에서 유익하게 써야 한다는 선인(先人)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풍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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