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프렌치 패러독스 2'

yellowday 2012. 2. 20. 21:29

 

입력 : 2012.02.17 22:40

2010년 파리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워싱턴에 보낸 전문에서 불평했다.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된 뒤 엘리제궁에서 내놓는 와인이 형편없다. 그가 와인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와인 업계는 '와인의 축복을 받지 못한 유일한 대통령' 사르코지에게 "국가 홍보를 위해서라도 와인을 마셔라"고 조른다. 그래서인지 사르코지는 와인 저장고에 2만병을 쌓아두고 점심에 28만원짜리 와인을 내놓았다가 거꾸로 구설에 올랐다.

▶프랑스 와인 업계는 "와인은 술이 아니라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음식으로 인정받으면 술 광고 금지 규정을 피해 방송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 우파연합이 학교에서 와인 마시는 법을 가르치자고 나선 적도 있다. 급격히 줄어드는 와인 소비를 되살리려는 안간힘이다. 40세 이하 세대에서 '주기적으로 와인을 마신다'는 비율은 1980년 51%에서 2010년 17%로 떨어졌다. '아예 안 마신다'는 19%에서 38%로 늘었다.

▶프랑스 젊은이들은 와인을 '늙은 기성세대 술'로 여긴다. 등급과 품종이 너무 복잡해서 싫어하고,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얘기도 안 믿는다. 근심이 깊던 프랑스 와인 업계가 모처럼 웃었다. 작년 술 수출이 처음 100억유로를 넘겨 101억유로(약 15조원)를 올렸기 때문이다. 그중 70%를 차지한 와인이 12% 증가하며 기록 경신을 이끌었다. 영국과 독일을 제치고 보르도 와인 수입국 1위에 오른 중국 덕이 컸다.

▶중국의 와인 소비는 지난 5년 해마다 20%씩 늘어 19억병에 이르렀다. 중국 부자들은 아파트에서 와인 저장고 딸린 빌라로 이사하는 추세다. 정부 청사가 밀집한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지구 공식 연회에선 전통주 바이주(白酒) 대신 레드와인이 자주 오른다. 중국 젊은이들도 '아저씨 술' 바이주보다 순하고 향 좋고 분위기 있는 와인으로 옮아가고 있다.

▶우리도 90년대 프랑스 와인붐이 일었다가 외환 위기를 맞아 식으면서 실용적으로 바뀌었다. 병으로 따진 수입 순위에서 칠레와 이탈리아 와인이 프랑스에 앞서 1·2위를 달린다. 기름진 식사에 와인을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들이 심장병에 덜 걸리는 모순을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프랑스 와인이 제 나라에선 외면당하면서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것은 새로운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할 만하다. 중국인이 뭔가에 입맛을 들이면 남아나는 게 없다는 말이 실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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