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2.16 23:25
스웨덴 국민은 일주일에 평균 35.5시간씩 일한다. 그러나 그 두 배 이상 80시간 넘게 일하는 직업이 있다. 국회의원이다. 이들에게는 관용차도 운전기사도 없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공무 출장 때는 가장 싼 표를 사야 의회에서 비용을 돌려받는다. 면책특권도 없다. 농부·간호사·교사 같은 다양한 전직(前職)을 지닌 349명의 의원 중에 30%는 4년 임기가 끝나면 본업으로 돌아간다. 너무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고 두 손을 든다.
▶1995년 스웨덴 부총리였던 모나 살린은 기저귀 등 20여만원어치를 사고 공직자용 카드로 계산했다. 실수였다. 나중에 자기 돈으로 메웠지만 공사(公私)를 구별 못했다는 비판에 부딪혀 부총리직을 그만뒀다. 스웨덴 정치인들은 스스로 특권을 거부하고 의정활동과 사생활을 엄격히 구분한다. 국민도 80% 넘는 투표율로 모든 정치인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표시한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정장선 의원이 요즘 200개가 넘는 국회의원 특권과 '이별 연습'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KTX를 타면 국회에서 운임을 돌려주고 자동차 유지비도 받는다. 출국수속도 공항에서 해준다. 12년 동안 이 특권들을 누려왔던 정 의원은 버스를 기다리고 공항에서 줄을 서보고 나서 "특권을 포기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고 '금단현상'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2008년 밤 11시쯤 국회의사당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야당 의원을 만난 적이 있다. 국회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다 시간이 늦어질까 봐 운전기사는 먼저 보냈다고 했다. 그는 대뜸 "국회의원 정말 해볼 만하다"고 했다. '연봉이 1억을 넘지, 손발이 돼주는 보좌관 6명, 예순다섯 살부터 받는 120만원의 헌정회 연금….' 그런 특권을 얘기하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법안의 글자 하나, 문구 한 줄을 고쳐 그 법으로 피해를 봤던 수십, 수백만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공부하고 노력만 하면 보람된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좋은 직업이 어디 있나." 그의 말대로 이게 국회의원의 진짜 특권이다. 의원들이 국민 편에서 이런 국회의원의 진짜 특권을 제대로 행사하면 국민이 편안하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자기들 편안하게 해줄 '가짜 특권'에 눈이 멀어 이런 국회의원의 '진짜 특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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