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울지 말아요"

yellowday 2012. 2. 14. 06:15

입력 : 2012.02.13 23:19

에디트 피아프는 "하루에 10분만 행복하다"고 했다. '노래할 때'였다. 그녀는 프로복서 애인이 자신을 만나러 오다 비행기 사고로 죽자 비통함을 담은 '사랑의 찬가'를 불렀다. "푸른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가 허물어져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피아프는 술과 마약, 정신발작과 자살미수로 얼룩진 삶을 살다 마흔여덟에 생을 마쳤다. 마지막 노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였다. "아니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값을 치르고 말끔히 치우고 다 잊었어."

▶일본 국민가수 미소라 히바리는 1989년 삶을 정리하듯 '흐르는 강물처럼'을 내놓은 지 반년 만에 눈을 감았다. "그저 모르는 채 걸어왔네, 길고 좁은 이 길을/ 울퉁불퉁한 길 구불구불한 길, 지도조차 없는 그것이 인생이지." 그는 버스 추락, 염산테러, 공연장 화재, 엄마와 동생의 죽음을 겪으며 술 담배에 기댔고 입·퇴원을 되풀이했다. "아 흐르는 강물처럼 하염없이/ 하늘은 황혼에 물들어 갈 뿐이네."

▶엊그제 세상을 뜬 휘트니 휴스턴은 2010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무대에 섰다. 아직 40대 후반인데도 목소리는 갈라졌고 고음 처리도 듣기 거북했다. 그러나 검정 트렌치코트 차림 휴스턴은 열광하는 한국팬 1만여명에게 20여 곡을 들려줬다. 그녀는 마지막 곡으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겠어요(I'll always love you)'를 불렀다. "달콤하고 씁쓸했던 그 모든 추억들 제가 다 가져갑니다/ 안녕, 제발 울지 말아요/ 난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에요."

▶휴스턴은 미국 베벌리힐스 호텔방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약병이 여럿 나왔다. 그는 가스펠 여가수의 딸로 태어나 한때 성가대 활동도 했지만 가수 바비 브라운과 결혼한 뒤 순탄치 않았다. 남편은 가정폭력으로 체포됐고 휴스턴은 마약과 술에 빠졌다. 올 초엔 끼니가 어려워 100달러씩 돈을 꾼다는 보도도 있었다.

▶피아프는 "죽음이 외로움보다는 덜 무섭다"고 했고, 휴스턴은 "내 삶의 가장 큰 악마는 나 자신"이라고 했다. 지난해 영국 가수 와인하우스도 마약중독 재활원을 뜻하는 '리햅'이라는 노래를 부른 뒤, 리햅에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다 약물 과다로 숨졌다. 삶의 줄거리와 노랫말이 비극적으로 겹치는 가수를 보면 안쓰럽다. 대중예술은 때로 제 삶을 베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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