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교사들의 담임 기피

yellowday 2012. 2. 13. 19:32

 

입력 : 2012.02.12 23:19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마자 펜을 들어 편지를 썼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었던 루이 제르맹에게 쓴 편지였다. "선생님이 가난한 학생이었던 제게 손을 내밀어 주시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모든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1910년대 알제리 빈민촌에서 자란 카뮈는 중학교에 갈 형편이 안 됐다. 제르맹 선생은 그런 카뮈를 날마다 방과 후 두 시간씩 붙들고 따로 가르쳐 중학교 장학생 자격시험에 합격시켰다. 카뮈는 노벨상 수상 연설문도 스승에게 바쳤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8·15 광복 직전 초등학교 2~3학년 때 담임이었던 일본인 여교사를 잊지 못한다. "열아홉 살 처녀 선생님은 친절하고 자상하고 마음이 여렸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교실을 뛰쳐나가 눈물을 닦고 돌아오곤 했다." 담임 선생님은 어린 정서가 자리잡아 가는 데 큰 흔적을 남기기에 국경 없는 그리움도 자아낸다.

부산 아쿠아리움은 해마다 초·중·고등학생들을 모아 '담임선생님 자랑 글짓기대회'를 연다. 지난해엔 김해 신어중 1학년생이 제자들 생일을 꼭 챙겨주는 담임 여교사를 '엄마 천사'라고 쓴 글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충북 제천 동중은 해마다 담임 교사와 학생들이 1박2일 캠핑을 떠나게 한다. 스승과 제자가 툭 트인 대화를 나누는 덕분에 제천 동중은 학교폭력 예방 최우수 학교로 뽑혔다.

▶전국 초·중·고 학급은 모두 23만9000여개이고 교사는 42만2500여명이다. 교사 57%가 학급을 맡아 매달 담임 수당 11만원을 받는다. 학교폭력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담임 교사의 역할과 책임도 더 커졌다. 담임 교사가 학교 폭력을 방관했다고 해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그러자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마다 교사들이 담임을 맡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춘기 반항이 가장 심한 중학교 1~2학년에서 담임 구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교사들이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은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뒤 더 심해지고 있다. 벌써부터 학생들은 교사가 염색 머리와 흐트러진 차림을 지적하면 인권조례를 내세워 반발한다. 어린 학생들의 인생 항로(航路)에서 담임 교사는 선장 역할을 한다. 학생을 다스릴 교사의 권한이 쪼그라들면서 학생들과 한 배를 타야 할 선장들이 먼저 배를 버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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