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요지경 축구협회

yellowday 2012. 2. 6. 23:06

입력 : 2012.02.03 23:30

영국 언론인 비브 시몬스와 앤드루 제닝스는 1992년 '올림픽의 영주(領主)들'이라는 책을 냈다. 두 사람은 당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사마란치를 "국제 스포츠에서 반드시 쫓아내야 할 인물"로 찍었다. 아벨란제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도 맹공을 퍼부었다. 아벨란제는 아르헨티나에 월드컵 개최권을 내주면서 군부 독재정권과 야합했고, 스폰서를 유치하면서 기업 뒷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아벨란제는 24년이나 집권했다.

▶후임 블래터도 98년 8대 회장이 된 뒤 아벨란제 못지않은 '금품 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FIFA 선거에서 개혁파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 회장을 따돌리고 권좌에 오른 것은 아벨란제의 비리를 파헤치지 않겠다고 밀약(密約)을 맺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약속을 믿고 비리 세력들이 그를 지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래터는 '아벨란제의 금고지기'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절도혐의로 권고사직을 당한 회계담당 직원에게 오히려 위로금으로 1억5000만원을 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축구협회를 감사(監査)한 대한체육회는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했다. 더구나 축구협회는 퇴직 후 협회 내부 일에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민·형사 고발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까지 써줬다고 한다. '향 싼 종이에 향기 나고 생선 싼 종이에 비린내 난다' 했는데 축구팬들이 코를 감싸쥘 일이다.

▶이 회계 직원이 임원들의 법인카드 비리를 걸고넘어지면서 협박 편지를 보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가 축구화를 훔치려했다는데 어디다 쓰려고 그랬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70명쯤 되는 직원이 한 해 예산 1000억원을 운용한다. 스포츠계에 이렇게 풍족한 단체가 없다. 매년 회계감사를 받는데도 석연치 않은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블래터가 2002년 재선됐을 때 손발이나 다름없는 사무총장이 그를 뇌물 수수혐의로 고발했다. 어느 조직이건 회계 담당은 내부 돈거래를 빠삭하게 꿰는 사람이다. 대한축구협회가 회계 직원에게 입막음을 하려 했다면 그 속사정이 궁금하다. 승부 조작, 선수들의 잇단 자살, 대표팀 감독 경질 논란이 이어지더니 이 지경까지 왔다. 어제 조중연 회장이 자청한 해명 수준 기자회견도 말끔하지 않았다. 구린 곳을 들춰내는 일은 아직 골대 근처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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