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휴대전화 없이 살기

yellowday 2012. 2. 3. 19:04

입력 : 2012.02.01 23:18

독일 언론인 크리스토프 코흐는 2010년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40일 동안 끊고 살아봤다. 처음엔 불안과 조바심에 시달리다 우울증과 화병도 앓았다. 휴대폰이 없는데도 허벅지 부분이 부르르 떨리는 '유령 진동'도 느꼈다. 그는 40일 실험을 견뎌낸 뒤 "안정과 집중, 드디어 시간을 찾았다"며 체험기를 책 '아날로그로 살아보기'로 남겼다.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대와 영국 본마우스대는 120여명에게 24시간 동안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못 쓰게 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정보 박탈 장애' 증세를 보였다.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동안 불안과 걱정, 고립감을 느꼈다"고 했다. 스마트폰이나 MP3로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했다.

▶뉴욕시는 1988년부터 모든 공립학교에서 호출기 삐삐를 비롯한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했다. 이 원칙에 따라 지금도 학교에 휴대전화를 가져갈 수 없게 돼 있다. 1200여개 공립학교 중 88개교는 금속탐지기를 설치해 휴대폰을 갖고 오는 학생들을 적발한다. 그러자 신종 업자들이 생겨났다. 학교 앞에 밴을 세워두고서 1달러 받고 수업시간 동안 휴대폰을 보관해주는 업자들이다.

▶요즘 미국에서 휴대전화 없이 석 달을 살아낸 청년 제이크 라일리가 화제라고 한다. 시카고 전문대 포트폴리오스쿨에 다니는 라일리는 하루 평균 1시간 30분 동안 페이스북에 매달렸었다. 매일 트위터에서 접촉하며 지낸 사람이 250명에 이르렀다. 그런 그가 작년 10월부터 연말까지 SNS와 이메일을 비롯한 디지털 문명을 과감하게 끊었다. 처음에 그는 동네 병원 응급실의 보호자 대기실 공중전화를 빌려 쓰며 외부와 소통했다. 학교에선 1층 엘리베이터 옆에 '벽보'를 붙여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변화가 생겼다. 친구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길 즐기게 됐다. 여자친구 집 앞에 분필로 '하고 싶은 말'을 쓰는 로맨틱한 남자로 변했다. 집에서 디지털기기로 빈둥거리는 시간이 줄자 학교 도서관에서 밤 10시까지 공부를 했다. 더 자유로워지고 홀로 글 쓰는 시간이 늘었다. 전자파 소음을 끈 덕분에 얻은 고요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제대로 만난 셈이다. 휴대전화를 끄고 침묵의 거울에 자아의 민얼굴을 비춰보는 시간을 가끔이라도 누려보면 몸과 마음에 이토록 좋은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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