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봄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조깅을 하다 숨이 콱 막히는 경험을 했다. YS는 "공기가 왜 이런지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서울대환경의학연구소 조수헌 교수팀이 그 일을 맡았다. 조 교수는 1991년 이후 6년 동안의 매일매일 서울시 사망통계와 49개 병원 응급실 기록, 의료보험 자료를 종합했다. 그는 "서울 대기 중 오존농도 최고치가 0.1PPM 증가할 때마다 서울지역 사망자가 7% 증가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당시 "그럴 리가…"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2005년 단국대 의대 권호장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공기 ㎥당 70㎍인 서울에서 살면 40㎍인 도쿄보다 수명이 3.3년 짧아진다"는 보고서를 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듬해 시장선거에서 "공기를 맑게 만들어 서울시민 수명을 3년 되돌려드리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1995년 78㎍이던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CNG버스 보급 등으로 2011년 47㎍까지 개선됐다. 그런데 중국 베이징에선 미세먼지 농도가 지난 19일 520~559㎍을 기록했다. 서울의 10배도 넘는다. 환경부가 파견한 이윤섭 베이징 주재관 설명을 들어보면 2008년 올림픽을 거치면서 개선됐다는데도 베이징 대기오염은 정말 혹독하다. 아침에 청소하고 오후가 되면 거실 바닥에 손가락으로 금을 그을 수 있을 만큼 먼지가 수북하다고 한다.
▶지난 18~19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18시간 동안 100㎍을 넘었다. 최근 10년 동안 1월 평균 미세먼지 농도 59㎍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기상청은 갑자기 짙어진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고기압이 중국 대륙에 머물며 많은 미세먼지를 머금었고 이 공기가 바람을 타고 건너왔다는 것이다. 덩치 큰 나라 곁에 살다 보니 이젠 중국산 스모그까지 마셔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