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명품백이 뭐길래

yellowday 2012. 1. 24. 07:13

소설가 백영옥의 장편 '스타일'은 30대 초반 여성들의 명품 풍속도를 그렸다. 소설은 "알맹이보다 포장지가 더 중요하고, '외면'은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명품 핸드백과 시계를 주저없이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국내 명품 시장 규모가 연 5조원을 웃돈다고 한다. 명품들이 한국에서 제일 비싸게 팔린다. 한·EU FTA로 8~15%의 관세가 철폐됐는데도 유럽에서 300만원대인 핸드백을 국내에선 500만원 넘게 받는다.

▶황당한 '명품 중독녀' 스토리도 종종 등장한다. 지난해 스물여섯 살 여성이 위조 지폐를 만든 혐의로 구속됐다. 명품 핸드백과 화장품 1억원어치를 사느라 진 빚 6000만원을 갚으려고 복사기로 위조 지폐를 만들었다. 다른 20대 여성 회사원은 회사 공금 16억원을 빼돌려 2억원어치 명품을 사는 데 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가방 하나가 1000만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

▶지난해 한 백화점에 입점한 샤넬 매장이 개장 첫날 매출 4억6000만원을 올렸다. 샤넬 전세계 매장의 오픈 매상으론 기록이었다. 여성들 사이에선 "샤넬 제품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샤테크'가 유행한 지 오래됐다. 2008년 샤넬의 클래식 캐비어(미디엄) 가방이 27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579만원까지 올랐다. 비싸게 사서 몇 년 쓰다가 중고 장터에 내놔도 차익을 얻는다는 얘기다.

▶샤넬이 2월부터 국내에서 값을 다시 10% 넘게 올리기로 했다. 현재 663만원인 샤넬 '빈티지 2.55 라지'는 740만원에 팔리게 된다. 프랑스에서 사는 것보다 얼추 191만원 비싸다. 2008년 334만원이었던 가방이 4년 만에 두 배 넘게 오른 셈이다. 그래도 '혼수 필수품'이라며 소비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니 명품 업체가 한국인을 '봉'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옆집 여자가 갖고 있으니까 사야 하는 게 명품이고, 옆집 여자가 안 갖고 있으니까 사야 하는 것도 명품이다. '명품 재테크'도 다른 나라에선 보기 드문 한국병이다. 국내 브랜드 키울 생각은 안 하고 명품 수입에 팔을 걷고 나서는 재벌 총수 자녀도 꼴불견이다.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 허영심이 해외 명품 업체들 배만 불린다. 명품 중독증은 과시하고픈 욕심이 생각을 마비시키는 유행병이다. 불치병이 되기 전에 명품 중독증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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