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복권 과열

yellowday 2011. 12. 7. 05:18

인도네시아 작가 목타르 루비스의 장편 '자카르타의 황혼'에서 주인공은 평생을 도박하듯 산다. 차근차근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행운에 인생을 맡기고 때로 성공도 한다. 그는 남들이 고무나무를 심어 큰돈 벌었다는 말을 듣고 자기 커피 밭에 고무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고무나무가 다 자라자 커피 값이 오르고 고무 값은 폭락한다. 그는 다시 커피나무를 심는다. 커피를 수확할 때가 되자 이번엔 고무 값이 폭등하고 커피 값이 떨어진다. 그는 결국 파산하고 자살한다. 그가 남긴 것은 한 상자 가득 휴지쪼가리가 된 복권뿐이었다.

▶발자크는 도박을 가리켜 "병(病)보다 더 치명적인 열정"이라고 했다. 그 스스로 도박에 깊이 빠졌던 발자크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 자금을 대려고 아내 결혼반지와 귀걸이를 전당포에 맡길 정도로 도박병이 깊었다. 더이상 맡길 게 없고 도박 빚이 쌓여가자 그는 돈을 마련하느라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다. 발자크나 도스토예프스키나 도박을 알았기에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해부한 걸작을 낳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성석제 소설 '꽃 피우는 시간―노름하는 인간'에 따르면 세상의 아버지들은 비록 노름하는 기술을 배우진 않았지만 모두 타고난 노름꾼이다. "수억개 정자 가운데 하나가 난자로 가서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확률을 뚫는 노름"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노름꾼의 철칙'으로 강조한 게 있다. '목표를 정하되 과욕하지 마라' '너무 오래 하지 마라' 같은 것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복권 판매량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며 복권판매 중단을 권고하고 나섰다. 요즘 복권이 얼마나 잘 팔리는지, 연말이면 올해 설정한 복권 매출 총액 2조8000억원을 훌쩍 넘어 3조1000억원에 이르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민들 삶이 팍팍하고 희망이 적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복권을 사는 것은 불가능한 꿈을 꿀 권리를 사는 것이다. 복권을 한 장 사서 품에 넣고 당첨금을 어떻게 쓸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붕 뜨는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꿈은 추첨기에서 당첨 번호가 적힌 공이 굴러 나오기 전까지만 달콤하다. 99.99…%는 허망함을 되씹고, 설령 당첨됐다 해도 행복을 보장받긴 힘들다. 그럼에도 복권판매대를 향하는 발길이 늘어만 간다면 깊어가는 불황을 탓해야 할까, 요행을 바라는 인간 본성을 탓해야 할까.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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