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자선냄비 속 1억 수표

yellowday 2011. 12. 8. 05:44

어느 해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앞 구세군 자선냄비에서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에 스님이 자리를 폈다. 스님은 시주함을 내놓고 목탁을 두드렸다. 구세군 사람들은 스님을 원망하며 종도 크게 울리고 목소리도 더 높였다. 땅거미가 지자 스님이 자리를 걷더니 구세군 쪽으로 왔다. "옜다. 오늘은 자선냄비가 다 가져가라." 스님은 시줏돈을 몽땅 냄비에 넣고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가난한 사람 도와야지."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어느 자선냄비에서 돌반지가 나왔다. 반지는 투명 테이프로 메모지에 붙어 있었고, 하트 모양으로 곱게 오린 메모지엔 글씨가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천국에 있는 예쁜 천사 ○○야! 너의 해맑은 미소와 윙크하는 예쁜 모습을 생각하면서.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훨훨 날아라!" 아이를 병으로 잃은 듯한 엄마가 내놓은 아이 돌반지였다.

▶구세군 사람들은 자선냄비를 열 때마다 울고 웃는다. 1000원 지폐가 가장 많지만 물건도 다양하게 쏟아진다. 반지부터 황금열쇠까지 금붙이도 많고 헌혈증서, 극장 표, 제주도 왕복 항공권에 로또 복권도 나온다. '부모님께 드리려던 선물인데 어려운 이웃에게 주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상품권도 있다. 종일 한데 서 있는 구세군 드시라며 피로회복 음료도 들어 있다. 베풀고 나누는 마음은 가진 것 많고 적음에 상관없다.

▶자선냄비 기부는 거리에서 이뤄지기에 대개 익명이고 소액이다. 미국에선 미주리주 조플린의 구세군 냄비에 해마다 담기는 10만달러 수표가 최고 기록이다. 수표엔 발행자가 '산타클로스'라고 찍혀 있다. 기자들이 그의 신원을 밝혀내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수표 발급 은행도 입을 다물고 주민들도 그의 사생활이 지켜지길 원한다. 구세군은 "누군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손을 잡고 온 사람"이라고 말한다.

▶구세군 대한본영은 1928년 12월 서울 명동에 첫 자선냄비를 내걸고 848환을 모아 노숙자들에게 죽을 끓여 먹였다. 그 83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1억원 넘는 기부가 나왔다. 지난 4일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60대 초반 신사가 넣은 1억1000만원짜리 수표다. 나눔과 베풂의 시간 세밑이 왔다는 것을 정신 번쩍 들도록 깨우쳐 주는 소식이다. 이 '천사' 덕분에 올해 자선냄비를 비롯한 이웃 사랑이 더 뜨겁게 끓어 넘칠 것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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