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 책시장 베스트셀러 1위는 우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였다. 옛날에 생쥐 두 마리와 꼬마 인간 둘이 살았다. 넷은 복잡한 미로를 뒤져 치즈 창고를 찾아낸다. 행복한 나날도 잠시, 치즈가 떨어지자 생쥐는 다른 치즈를 찾아나서지만 꼬마들은 불평만 한다. 제가 먹어 없앴다는 생각은 못하고 누군가 치즈를 옮겼다고 성을 낸다. 이 10년 전 베스트셀러는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남 탓만 하는 개인들을 그렸었다.
▶올해 베스트셀러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엄마를 부탁해'들이다. 미래가 불안한 청춘들을 위로하고 청춘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건드렸다. 엊그제 교보문고가 낸 2011년 판매동향 보고서에서 베스트셀러 1~50위 판매 누계가 153만권으로 집계됐다. 2001년 1~50위가 모두 29만권 팔렸던 것의 다섯 배가 넘는다. 독서 인구는 줄고 있지만 거꾸로 '잘 팔리는 책들'의 판매 성적은 크게 늘었다.
▶100위까지 판매 누계도 2006년 152만권, 지난해 170만권이었고 올해 처음 200만권을 넘어 213만권을 기록했다. 대박 영화에만 수백만 관객이 들고 나머지 영화는 죽을 쑤듯, 책시장에도 극심한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이 일어나자 출판계는 걱정이 크다. 서점 주인들은 "갈수록 책 판매가 인기 도서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몇몇 저자들의 매체 파워가 너무 세지고, 이슈가 된 책이 싹쓸이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많이 팔리지는 않아도 꼭 출간돼야 할 책'이나 '3000권만 팔려도 좋으니까 꾸준히 발간돼야 할 책'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교보문고에 들어온 새 책은 4만5000여종이고, 1종 평균 140권이 팔렸다. 교보문고 시장점유율이 10%쯤이니 전체 시장으로 따져 새 책 하나 나오면 1400권쯤 팔린다는 얘기다. 평균치가 그 정도라면 500권 안팎 팔리고 마는 책도 숱한 셈이다.
▶인문·사회·철학 교양서나 과학서적 중에는 책방에 내놓지도 못하고 물류 창고에 쌓였다 반품되는 책이 많다. 초판 2000부를 찍었다가 주문이 없어 통째로 폐지 공장에 넘어가는 경우도 봤다. 나올 만한 책은 안 나오는데, 총선 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면서 정치인 회고록만 너무 많이 출간되는 것도 '쏠림'의 한 원인이다. 이 쏠림이 책을 만드는 숲을 망치고 지식의 다양성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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