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감정노동자

yellowday 2011. 12. 2. 00:02

미국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1983년 델타항공 승무원들을 조사해 '관리된 마음: 인간 감정의 상품화'를 썼다. 그는 이 책에서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자기 기분을 다스려 겉으로 드러내는 감정 관리가 직무의 40% 넘게 차지하는 노동'이라는 뜻이다. 서비스업 종사자뿐 아니라 영업사원·목사·변호사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그는 항공사의 '스튜어디스 감정교육'도 소개했다. 승객이 함부로 하면 깊이 숨을 들이쉰 뒤 속으로 "집에 가면 안 볼 인간이다"를 되뇌라는 식이다.

▶작년 8월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제트블루 항공사 승무원 스티븐 슬레이터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는 비행기가 멈추기 전에 가방을 꺼내려는 승객을 막았다가 심한 욕설을 들었다. 짐칸에서 떨어진 가방에 머리까지 맞았다. 그는 맥주를 마신 뒤 기내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이 일을 20년 했지만 더 이상 지긋지긋해서 못해먹겠다!" 그는 비상탈출문을 열어 미끄럼틀로 내린 뒤 집으로 가버렸다.

▶슬레이터는 '승객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경찰에 체포됐다. 거꾸로 인터넷에선 '모든 월급쟁이들의 꿈을 실현한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익명의 팬이 보석금 2500달러도 내줬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감정노동자'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제조업 종사자 400만명을 제외한 서비스업 530만명이 감정노동자로 불린다. 전화상담원, 백화점 판매원,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는 여성만 300만명이다.

▶엊그제 국가인권위가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캠페인'을 시작했다. 특히 여성들이 고객의 폭언에 시달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수도권 시민을 조사했더니 22.3%가 여성 감정노동자에게 화풀이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57.7%는 여성노동자들이 사업주가 시킨 대로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사업주를 위한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도 냈다. '기계적 친절'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식의 과잉 인사에 두드러기가 돋는다는 사람이 많다. 억지 미소는 찌푸린 얼굴보다 더 흉하다. '손님은 왕'이라며 폭군 노릇을 하는 소비자도 볼썽사납다. 소비자와 노동자, 사업자 모두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고 배려하면 감정노동자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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