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한국인 이미지 100년

yellowday 2011. 11. 28. 16:54

"상류층은 부조리에 마비된 채 무위도식한다. 출세 길이 막힌 중간층이 에너지를 발산할 전문직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위계층은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일한다." 영국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이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 쓴 구한말 한국 사회 모습이다. 그녀는 1894~97년 네 차례 한국을 여행한 뒤 이 나라의 문제점으로 셋을 꼽았다. 국가시스템 붕괴, 관료 부패, 기생충 같은 양반계급.

▶비숍은 한국인이 가장 열등한 민족이고 그들의 상황이 가망 없다고 여겼다. 그러다 러시아 자치구에서 한국인 이주민들을 만났다. "정부 간섭 없이 마을을 꾸려가는 그들은 깨끗하고 활기차고 풍족했다. 고국 남자들 특유의 풀죽은 모습도 없었다. 의심과 게으름,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 대한 노예근성은 주체성과 독립심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고국의 한국인들도 정직한 정부 밑에서 생계를 보호받는다면 참된 시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전후(戰後) 일본점령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가 1947년 말했다. "한국인은 일본인과 달리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한국인에겐 권위적이고 강력한 통치자가 필요하다." 참혹한 전쟁 6·25를 치르면서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부정적 시각은 더욱 넓고 깊게 퍼졌다. 그러나 전쟁 다큐작가 존 톨랜드는 퓰리처상을 받은 '떠오르는 태양'에서 "한국인은 폭풍우처럼 강렬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하고 돌아가 개인 홈페이지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고 한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화장실 변기 위에 붙어 있는 경구(警句) "이기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기기를 원하는 것은 중요하다"를 찍은 사진이다. 그는 한국인의 도전정신에 감명받은 듯 "한국인은 1950년대 힘든 전쟁에서 일어나 진정한 경제 기적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은 올봄 방한해 "한국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많은 요인을 가진 나라"라고 했다. 빌 게이츠도 지난 4일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유일한 모범 사례"라고 했다. 비숍이 110여년 전 한국인의 원형을 "길이 행복하고 번영할 민족"으로 알아챘듯. 그런데 우리만 거울 속 우리 모습을 너무 인색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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