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오사카 시장에 당선된 하시모토 도루는 2008년 38세에 최연소 오사카부(府) 지사가 됐을 때부터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 그는 5조엔의 부채에 허덕이는 오사카의 공무원들을 모아놓고 취임 첫마디로 "당신들은 파산한 회사의 종업원"이라고 몰아붙였다. 자신의 오사카 개혁에 대해 '독재'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식사 후 아내에게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씻어야지'라고 야단맞는 독재자 봤느냐"고 되받았다.
▶정치인이 되기 전 하시모토는 인기 탤런트이자 변호사였다. 염색 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때론 빨간 가죽바지를 입고 토크쇼에 나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시청자들은 과격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에 열광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조한 덕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3남 4녀를 두고 있다. "일곱명의 자식에게 살기 좋은 오사카를 물려주고 싶다"는 하시모토의 눈물 어린 호소에 힘입어 오사카부는 그의 취임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요즘 일본 사회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영웅대망론'이라는 게 있다. 일본 경제계의 한 원로는 "현재의 일본은 무시당한다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전 세계가 별 볼 일 없는 나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국민 모두가 느끼는 이런 패배감·무력감으로부터 일본을 구출해 줄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제 오사카 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이 지방 정당 소속 하시모토에게 표를 몰아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일본 유권자들은 표를 얻으려고 달콤한 공약을 쏟아내는 기성 정당에 질린 지 오래다. 신념을 갖고 당당하게 유권자를 설득하겠다고 나선 하시모토에게서 '일본'이라는 배를 맡길 만한 지도력을 본 것이다. 하시모토 시장은 또다시 취임 첫마디로 직원들에게 "민의(民意)를 무시할 거면 시청을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자기부터 월급 30%와 퇴직금 50%를 삭감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시모토를 가리켜 일본 사회 일각에선 "늘 적을 만들어 놓고 ○인가 ×인가 묻는 것이 그의 정치 수법"이라고 말한다. 하시모토는 "일본은 핵을 보유해야 한다" 같은 극우적 발언도 자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응원을 받으며 낡은 정치와 싸움을 시작한 그가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가는 우리에게도 관심거리다. yellowday 옮김